250518 맑고 고운 하늘
오늘의 숙제는 대청소와 분리수거다. 이불과 베개에 촘촘히 박힌 냥이들의 털들을 정성스럽게 떼어내 볕이 드는 베란다에 널어두었다. 머리카락이 엉켜있는 화장실 하수구와도 결판을 내고, 흑역사처럼 거울에 튄 얼룩들도 빡빡 지웠다.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 화단에 앉아 엄마 아빠께 전화를 드렸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철없이 해맑게 쫑알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통화를 끊고 꼬마 메이로 변신해 발 밑에 떨어진 도토리를 야금야금 주웠다. 어쩌면 토토로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며…
우리나라 참달팽이와 송이버섯이 멸종 위기라고 한다. 이번 자투리천 라벨 속 주인공은 그들로 정했다. 컴퓨터로 작업하면 순식간에 몇 백장은 뚝딱 만들 수 있지만, 그럼에도 손수 오리고 그리고 수를 놓아 하루에 겨우 10개 남짓 만들고 있다. 깊은 바닷속 장수 거북이처럼, 버려지고 잊히고 사라지는 존재들을 잠시라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른다. 이토록 번거롭고 비효율적이고 바보 같은 일상을 살아도 괜찮은지 모르겠다. 그저 나부터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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