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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복하고도 불안한 이유

11 주 차

by 최집사



250428 구름구름


+ 요 며칠 황사와 미세먼지로 목상태가 좋지 않아 묵언 수행을 감행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목수건도 두르고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가글을 한 덕에 많이 좋아졌지만 이번에 뒷목에 담이 오고 말았다. 비실거리는 낙타마냥 골골거리고 있으니 반려인은 평소 자세가 문제라며 팩폭을 날렸다. 순간 100살 먹은 거북목 아니 거북이처럼 안구에 기를 모아 레이저를 발사했다.


피크닉 가방을 생각하며 조그만 도시락 파우치를 만들었습니디. 셔츠의 여밈과 주머니 디테일을 살린 디자인이 귀엽지 않나요?!





250429 다시 비가 오길


+ 새벽에 요의를 느껴 룽지랑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반려인이 문을 벌컥! 불도 켜지 않고 있던 터라 도둑이 든 줄 알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잠을 자는데 이번엔 베개를 쏙! 잠결에 지껀 줄 알았단다. 다분히 고의성이 보이지만 마땅한 물증이 없어 덮어두고 있다. 분명 철저하게 계획?한 범죄이며 내부에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 꾸리의 동공이 불안정한 걸 보니 불러서 취조를 좀 해봐야겠다.


자투리천으로 한땀한땀 만든 작고 소중한 라벨입니다. 냥냥이들 알바 이력서에 쓸 증명 사진 몇 장 만들어 봤어요. ^^





250430 햇살햇살햇살


+ 날이 따뜻해지니 식재료 보관 기간이 짧아졌다. 상추도 시들시들, 바나나도 금방 익어버린다. 한낮에 꾸리는 시원한 바닥에 배를 깔고 잠을 청한다. 체온 변화에 둔한 룽지는 여전히 이불속이 제 세상이다. 좀 덥다 싶다가도 습도가 낮아 금방 서늘한 기운이 돈다. 반바지를 입고서 목 긴 양말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작년과 딴 판인 날씨에 새로운 계절 온 거 같다. 봄가름이라고… 창 밖이 봄이었다 가을이었다 여름이었다 한다.


자투리천으로 한땀한땀 만든 초록 지붕 냥냥이 하우스 입니다.





250501 찔끔찔끔 비


+ 근로자의 날이지만 나의 노동량엔 변화가 없다. 냥이들 화장실 씻고 청소하고 분리수거하고 밥 차리고, 그렇게 금방 한나절이 흘러갔다. 억울하단 소리는 아니다. 집안일이란 쉬는 동안에도 차곡차곡 적립되는 시스템이니까. 일을 당겨하거나 미뤄두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제3의 명절 5월이 도래했다. 근로자도 어린이도 어버이도 스승도 아닌, 부처님은 더더군다나 아닌 나는 조금 멀뚱한 마음이 든다. 집사의 날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이미 빼곡한 달력을 보니 나까지 숟가락 얹고 싶지 않아 졌다.


나무와 고양이 라벨이 달린 티코스터를 만들었습니다.






250503 주룩주룩


+ 스마트폰 속 세상은 너무 빨리 흘러간다. 얼마전 al가 뚝딱뚝딱 흉내 낸 지브리 그림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며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조만간 바틀즈, 마이콜 잭슨, 빈센트 반 고후, 헌강 작가도 나오지 않을까... 너도 나도 할 거 없이 챗GPT를 쓴다고 하지만 이 몸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그게 또 전기 먹는 하마라던데… 불량식품 보듯, 신종 마약 대하듯 잔뜩 겁을 먹고 눈길도 주지 않는다. 만성 기록병이라 인스타를 추억 상자로 쓰고 있다. 요즘은 커다란 전단지에 일기를 쓰는 기분이지만, 이제와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 탄 들 달라질 게 없을 거 같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고, 귀찮기도 하니, 홀로 촌스럽게 태초의 감성을 고수해볼까 한다. 시간이 나면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멍을 때리고 일기를 쓰며 하루를 보낸다. 마음 정화를 위해 의식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와 거리 두기를 한다. … 우리는 앞으로 얼마다 더 풍요로워질까? 필요를 강요하는 세상, 너무 많은 걸 누리기 때문에, 지나치게 행복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잃어버리는 게 두려워 불안해지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좌. 업사이클링 작업 ㅣ우. 비오는 날 북카페


* 영상일기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DJO761wy_HU/?igsh=bGFpeHNhbHJqem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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