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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지 않은 마음이 주는 평화

10주 차

by 최집사



250421 흐렸다가 해


+ 벼르고 있던 이불 빨래를 돌렸다. 그간 겨울 이불을 두 겹이나 덮고 잤는데 그중 하나인 솜이불과 먼저 작별을 고했다. 몽글이이불(극세사)은 여전히 침대 위를 지키고 있다. 여름 잠옷을 입고 겨울이불을 덮고 자는… 다소 계절을 가늠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밤을 보내고 있다.


앞치마를 만든 후 남은 부분으로 카드파우치 육남매를 만들었습니다.






250422 비


+ 올해 첫 모기에 물렸다. 한 삼일쯤 되었나, 수시로 가려울 때마다 얍삽한 녀석의 면상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복수할 마음이 드는 건 아니지만… 병원에 다녀왔다. 지난번 검사 결과는 괜찮았는 소리를 들었다. 다만 갑상선 수치가 낮아져 약을 추가로 처방받았다. 교수님께서 요즘 피곤했냐고 물으셨는데 솔직히 느끼지 못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잤으니까… 오히려 컨디션이 좋았던 거 같다. 기분 탓이다. 어쩌면 스스로 이겨내고 괜찮아지는 프로세스를 가동했는지도 모른다. 약간의 걱정이 생겼지만… 그래도 오늘을 우울로 물들이고 싶진 않다.


자투리 원단으로 만들어 볼 새로운 키링이 패턴입니다.






250423 꾸물꾸물


+ 다음 주부터 도서관에 공사가 있다고 한다. 휴관에 대비하기 위해 점심을 먹고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한동안 대출 중이었던 책들도 빌리고 따끈한 신간들도 두둑이 쟁여왔다. 돌아오는 길엔 마트도 들렀다. 가격표를 잘못 봐서 집어든 아몬드가 너무 비싸 정신이 혼미해졌다. 자주 먹던 아이들 몸값이 껑충껑충 뛰는 걸 보니 선뜻 친한 척할 수가 없었다. 조만간 조개껍데기라도 털어야 하나 싶다.


오래전에는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사용했다지요.

조개껍질로 붕어빵을 사 먹는 상상을 하며

다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예쁜 아이는 선뜻 내지 못 할 듯요...

자투리 원단으로 만든 카드 파우치입니다.

작고 소중한 것들을 담기에 충분하지요.






250424 훅덥


+ 급 더위가 왔다. 어제만 해도 따뜻한 두유를 마셨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콩국수가 땡겼다. 점심 약속이 있어 외출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버스를 탄 탓에 뒤늦게 노선이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말씀해주지 않으셨으면 지금쯤 땡볕에 녹아버렸을 것이다. 그렇게 또 오지랖 문화의 수혜자가 되었다. 양산과 손풍기의 계절이 도래했다. 주말을 손 꼬박 기다렸다 빙수 타임을 가져야겠다.


다음 작업을 위한 패턴 해체를 완료했습니다. 여기저기 옹이 같은 얼룩들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초록 줄무늬가 귀여워 새로이 다정한 물건들을 만들고 싶어지네요.






250425 황사와 미세먼지


+ 미세먼지 탓에 목이 따끔거린다. 그러니 아침에 잠깐 환기를 시키고 나면 냉큼 창문을 닫아야 한다. 냥이들은 아쉬운 눈치지만 저들의 기관지 보호를 위해서도 어쩔 수 없다. 빨래를 널어 넣고 패턴작업을 하는데 룽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작업대를 한바탕 엎어 놓았다. 누가 보면 무슨 사채라도 쓴 줄... 녀석은 하루 한 시간 이상 놀아주지 않으면 정기적으로 방문할 거라고 했다. 아무래도 호랑이 새끼를 키운 거 같다.


지투리 원단으로 만든 키링이들. .아기 식빵 삼형제를 소개합니다.






250426 잔인한 사월


+ 주말을 맞이해 카페에 갈까 하다 친구네 캠핑장에 가기로 했다. 대충 도시락을 싸고 좋아하는 로스터리에서 조공할 커피도 사고 며칠 전 빌려온 책도 야무지게 챙겼다. 모처럼 느끼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날씨 요정의 은혜로 찬란한 중년의 봄소풍을 만끽할 수 있었다. 수시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아름다운 새소리에 의자에 앉아 잠이 드는 영화 속 한 장면도 연출할 수 있었다.(책 읽다가 졸았다는 얘기.) 삶이 버거울수록 우리는 더더욱 낭만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경쾌한 초록 스프라이트 패턴을 보니 피크닉 가방이 만들고 싶어졌어요.




*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DI7SbH7TR_Z/?igsh=MXA1Mm1tN29yYW44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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