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 차
240407 눈이 부시게
+ 주말이 지나자 봄꽃들이 빛의 속도로 지고 있다. 오늘처럼 맑고 따뜻한 날은 무슨 핑계를 써서라도 나가야 한다.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행주도 삶고, 싱크대 청소까지 마치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소파에 잠시 누울까 하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신속히 옷을 갈아입었다. 어제 심은 밀싹 화분에 물을 듬뿍 준 뒤 자전거 바퀴에 빵빵하게 바람을 넣었다. 하이틴 만화 속 여주인공 같은 표정으로 봄바람을 가르며 마트로 갔다. 연두잎이 파릇파릇 올라온 나무 사이로 운동장을 뛰는 아들뻘 아이들이 보였다.
* PS : 감사하게도 판매 문의가 있어서 설명드립니다. 혼자 한 땀 한 땀 작업하다 보니 작업량이 많지 않아 어느 정도 수량이 모이면 추후 일괄 판매할 예정입니다. 작업 과정은 부지런히 업로드할 예정이니 마음에 드시는 작품 있으시면 언제든지 문의 바랍니다. ^^
250408 플라워파티
+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피검사와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무슨 스퀘어 깨듯 mri - 골밀도검사 - 뼈스캔도 차례차례 받았다. 여기저기 바늘 세례를 받은 오른손에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검사를 할 땐 춘곤증 탓에 검사대에 누워 잠이 들어버렸다. 작정하고 꽃구경 간 날은 비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아이 달래듯 포근한 햇살로 가득했다. 소풍이라도 가는 척 도우미 키링이를 세 마리나 데려갔다.
250409 황사 & 미세먼지
.
+ 늦잠을 잤다. 어제 분명 9시가 되기 전 침대에 누웠는데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았다. 3차 성징이라도 맞이한 듯 식욕도 왕성해졌다. 요즘 비빔밥에 꽂혀 전용 식기가 양푼으로 변경되었다. 여전히 극세사 이불을 덮고 자지만 열무김치의 계절이 도래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미숫가루, 콩국수, 매실차, 팥빙수… 어떻게든 다가오는 여름을 미워하지 않을 방도를 연구해야 한다.
250411 막바지봄날씨
+ 주말을 앞두고 딱 오늘까지만 맑을 거라고 했다. 내일부턴 비가 온다고… 봄은 애초에 인간들을 반길 마음이 없었나 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눈치 없이 유난을 떨었다 싶다. 빨래가 제철이다. 일주일치 빨래를 두 번에 걸쳐 돌리고 건조대를 몽땅 펼쳐 여기저기 널어두었다. 괜히 뭔가 뽐내기라도 하듯 베란다에 빨래꽃을 잔뜩 피워두었다.
250412 봄비구름
+ 발가벗겨진 휴지 심지가 안쓰러울 때가 있다. 나의 수치심을 덮으려 기꺼이 옷을 훌러덩 벗어? 재친 그의 고마움을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러니 그냥 버려지는 마음이 없도록… 한번 더 돌아보고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도록... 어느 울창한 숲에서 비롯된 이 이야기가 좀 더 다정하고 희망적이길 바라본다.
*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DIX-Cg9PJGc/?igsh=amQ2Z21tOWNiNm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