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치 Apr 22. 2024

유난한 게 아니야, 특별한 거야

네 모습대로 살면 돼

우리 아이는 왜 이리 유난할까?라고 고민했었다.




또다시 등교 거부

아이가 다시 학교에 가지 않는다. 졸려서 못 가는 게 아니라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밀어내며 거부한다. 작년 아픔이 벌써 잊은 거니? 하며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작년 한 해 힘든 일을 겪고 아이는 또래와의 관계를 많이 힘들어했다. 중학교 입학 후 친한 친구가 생기면 많이 좋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친구를 만들지도, 반 일원으로 섞이지도 못하고 있다. 아이도 친구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두 달째, 아직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아이는 외로움과 반 학우들에 대한 서운함을 점점 표현하기 시작했다. 교우관계만큼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아이의 마음이 열리도록 입바른 조언만 할 뿐이었다.


친구는 한 명만 있어도 되는데, 그 한 명의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다. 우리 아이, 꽤 매력적인데.. 지켜보기 너무 마음이 아프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의 편

다행히 아이는 선생님 복이 많은 것 같다. 이번엔 중년의 남자 선생님이다. 초등 6년 간 여자 선생님들이었는데 처음 남자 선생님이라 혹시나 아이가 익숙하지 않아 더 힘들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아이의 매력과 재능을 나보다 더 알아주시는 멋진 분이었다. 이제 두 달도 채 아이를 겪지 않은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오히려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을 정도이다.


제가 아이들 가르치면서 이렇게 그림 잘 그리는 학생은 처음 봤습니다. 아이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요. 대개 예술가들은 감각적으로 더 민감하게 태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춘기 성장통이려니 생각합니다. 제 눈에는 매우 귀여운 귀염둥이로 보여요.
선생님은 항상 아이 편이라고 꼭 전해주세요. 제가요, 아이가 크면 1등으로 사인받으러 갈 겁니다.
어머니, 아이를 너무 이기려 하지 마세요. 얼마나 대단한 예술가가 되려고 이러나 생각하세요. 점차 좋아질 거예요. 이런 친구 많이 봤습니다. 한때입니다.
아이가 자기소개에 범인 옷을 입은 자기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훌륭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인식이 생기는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나부터도 아이는 문제 있다고 여겼던 것 같은데, 아이의 진짜 매력을 알아주시는 선생님께 정말 감사했다.


이렇게 훌륭한 선생님이 옆에서 아이를 챙겨주셔도, 친구의 빈자리를 채우긴 역부족이라 안타깝다.


아이는 아프다

약의 용량을 늘렸어도, 아이의 의지가 사그라드니 우울함이 다시 고개를 치켜든다. 당장 학교에 가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다. 하루 건너 하루 가고 있는데, 이렇게 그냥 두면 하루 결석이 이틀이 되고 삼일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자퇴도 각오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내가 먼저 꺼내기는 위험하다. '중학교 자퇴'라는 것을 아이가 원하지 않고 자칫하다간 '부모의 포기'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친구를 만들기 위해, 더 발랄하게 행동하고 사물함에 간식을 가득 채우며 친구들의 환심을 사려 한 아이의 행동에선 학교에 대한 미련이 느껴진다.


부모로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게 아닌 나를 위한 것이 아닌가 자문하는 요즘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즐거울 수 있을까, 아니 안 아플 수 있을까 고민한다. 너무 어렵다.




요즈음,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을 읽고 있다.

인간관계론을 다시 읽기 위해 주문하다 연관 검색어로 떠서 주문했던 책이다. 크게 기대 없이 주문했었는데, 아이를 포기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 같은 선물이었다.


책에 좋은 내용이 너무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와 비슷한 성향의 여자분에 대한 예시였다. 그분도 아이처럼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이 싫고 마지막엔 삶이 싫어질 정도로 힘들어했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자식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우연히 듣게 되었고 그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사례였다.


"난 항상 아이들에게 자기 모습대로 살라고 가르쳤어"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평범하게 섞여서 사는 게 정답인 것처럼 키우진 않았을지 나를 돌아보는 문구였다.


조금은 다를지언정, 아이 모습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도 자기 모습을 사랑하고 단단해질 것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 이틀 학교에 가지 않는 문제에 매몰되지 말자고 또 한 번 다짐한다.


그래, 우리 아이는 특별해.
모두 똑같이 살 순 없어. 아니 그러면 안돼.
그걸 엄마는 지지해줘야 해. 그게 나의 역할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은 결정의 연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