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_Portrait. 2025년 4월 17일 목요일, 맑음.
지난 주말엔 그렇게 춥더니, 오늘은 이렇게 더울 수가. 4월이면 완연한 봄인데, 이젠 그 ‘완연한’ 봄을 느끼는 게 예전보다 더 축복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뭐, 날이 조금 덥긴 해도 봄날은 봄날이었다.
2023년 봄이었던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님의 책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란 책을 읽고 그해 가을부터 조금씩 구상을 해오던 얘기를 겨우겨우 손봐 오늘 MBC 극본 공모에 응모했다. 기획안과 2회 차 대본을 합하면 그래도 A4 80매 정도의 분량이 나왔다. 응모하면서도 완성도 면에서 너무 볼품없고, 그마저도 급하게 마무리해 조악한 부분이 너무 쉽게 눈에 띄었지만, 그래도 제출했다. 당선을 바라는 게 아니라 여기서부터 다시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니까. 또한 볼품없더라도 이 정도까지 했다는 걸 나 자신이 뿌듯해할 수 있도록 작은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인증 사진도 올렸다.
사실 조금 늦었다. 원래는 올해 1월부터 공모전에 도전하는 게 목표였는데 1월부터 3월까지 서너 곳의 공모전은 아예 제출하지도 못했다. 오늘을 계기로 다시 정신 차리고 글쓰기에 매진해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5월에는 꼭 지금보다 더 나은 대본을 응모할 계획이다.
5월에는 다시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수강도 들을 계획이니 남은 2025년 열심히 도전하며 성과를 내보자.
이제 나도 나이를 꽤 먹어서 그런지 타협이라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타협은 어쩌면 자신과의 타협이다.
꿈이라고 하면 거창할지 모르지만,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 목표와 꿈에 대해서도 이제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타협하고 또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아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다고 나의 게으름으로 인한 포기가 아니라 내 역량을 냉정히 평가할 줄 아는 지혜가 생겼다고나 할까?
허튼 집착으로 고통받지 않고 때로는 인정하면서 내 분수를 알아가는 삶. 내 분수, 내 그릇의 크기가 얼마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그릇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담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보일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진심을 다하는 하루를 살자.
내 그릇에 담기는 것들이 세상에 이로움을 베풀 수 있도록.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