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말 대신 노래가 건넨 위로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20대 초반, 내 마음을 가장 많이 지배한 감정은 우울과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그 당시 내가 자주 하던 생각은 바로 이거였다.
"이걸 내가 할 수 있겠어? 못해, 못해."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만큼, 자신감도 항상 부족했다. 도전하는 것이 두려워서 점점 혼자 고립되어만 갔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 나이 때는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해도 괜찮아."
그런 말을 들을 때는 나를 이해해 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아서 뭉클하고 고마웠지만, 그저 그 순간뿐이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여전히 혼자 고립되었다. 점점 나만의 세계에 갇혀만 갔다.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며, 미련하게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점점 떨어는 것은 당연했고, 자존감 또한 바닥을 쳤다. 누구보다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나인데, 내가 나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나는 더 상처를 받았다.
정말 힘들었던 그 때, 나는 노래로 위로를 받았다.
힘이 되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누군가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고, '나는 밝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지내던 그때. 내 안에 있던 우울함은 모두 사라졌고, 부정적인 감정을 완전히 떨쳐버렸다고 생각했다. '나는 행복해. 나는 항상 즐거워.'라고, 어쩌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고, 부정적인 감정은 단지 기분이 나쁘다, 화가 난다 정도로만 느껴졌다.
그렇게 수년이 지난 어느 날,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듣고 싶어졌다. 방 안에 누워, 그 순간 듣고 싶은 노래들을 골라 틀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또르르 흐르던 눈물은 이내 곧 펑펑 쏟아졌고,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나 지금 많이 힘들구나."
수년 동안 난 내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고 살았다. "난 긍정적인 사람이야! 난 항상 즐겁고 행복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그 안에 나를 가둬왔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힘든 이유도 모르고 펑펑 울기만 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힘든지 잘 모르겠을 때, 혹은 마음의 소리가 듣고 싶어질 때면 나만의 '위로곡 플레이리스트'를 듣는다. 노래가 편안하게 들린다면 내 마음이 지금 평온한 상태인 것이고, 위로받는 느낌에 눈물이 나면 '아, 나 지금 힘들구나.'를 알게 된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요즘 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마음은 어떤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
당신도 지난날의 나처럼,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다. 내 마음의 소리는 오직 나만 들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 소리는, 내가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들린다.
나만의 위로곡 플레이리스트 :
1. 도망가자 (선우정아)
2. 나에게 위로해 (스윗소로우)
3. 너는, 꽃 (노르웨이 숲)
4. 그대에게 하는 말 (스윗소로우)
5. 노래할게 (스윗소로우)
6. 위로 (어반자카파)
7. sunshine (스윗소로우)
8. 무릎 (아이유)
9. 밤, 바다 (최유리)
10. Good Night (스윗소로우)
"잘 버텼다 말해주고 싶었어 참 고생했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나에게, 나에게
잘 견뎠어 그걸로 충분해
잘했고 못했고가 아냐 때론 그게 최선인 걸
그래 잘해 왔어 나에게 위로해
누구도 못 해준 말 수고했다 고마웠다 나에게 위로해"
<나에게 위로해> by. 스윗소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