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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런 날도 있는 거야

10화. 무기력한 하루를 살아낸 나에게

by 딩끄적

"오늘 할 일이 많은데, 일어나기 정말 싫다.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 그냥 이대로 하루 종일 누워 있고 싶다."


그런 날이 있다.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을 만큼 무기력한 날.

전날 힘들거나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자고 일어나 그냥 아침에 눈만 떴을 뿐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던 사람처럼 마음은 가라앉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마치 세상이 멈춰버린 것 같다.


그냥 이대로 누워있고 싶을 뿐이다. 바닥이 나를 잡고 있는 것만 같다. 가지 말라고, 나랑 조금 더 놀자고.

그렇게 모른 척 바닥이랑 친구가 되어 본다. 10분, 20분, 30분, 1시간, 2시간, 3시간. 어느새 점심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밥 먹는 것조차 하기 싫다. 밥을 먹으려면 일어나야 하니까. 만사가 귀찮다. 그렇게 모른 척 슬쩍 눈을 다시 감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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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는 계획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그 어느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꼼짝도 하기 싫다. 괜히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다. SNS를 켰다가, 유튜브도 좀 보다가, 웹툰도 잠깐 보다 보면 어느새 1분짜리 영상의 노예가 되어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특별히 무슨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기분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한다. 이내 곧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온다.


"왜 이렇게 게으른 거야? 어떻게 하루 종일 누워만 있을 수가 있어?"


게으른 자신에게 화가 나기 시작한다.

계획했던 많은 일들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허무하게 흘려보낸 반나절이라는 시간에 대한 후회, 그리고 게을러터진 자신을 향한 자책.


죄책감으로 자신을 자책할수록 더 무기력해져 버린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슬며시 내려놓고 스르륵 잠이 든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 시계를 본다. 다행히 아직 저녁이 되지는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본다. 그리고 뒤늦은 점심을 먹으며 생각한다.


"왜 이렇게 무기력하지? 난 왜 이렇게 게으를까?"

그러다 문득 자신이 짠해진다.


"뭐 이럴 때도 있는 거지! 어떻게 사람이 맨날 바쁘게 살아!"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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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기는 어렵다. 어느 날은 만족스러운 날도 있고, 어느 날은 자책과 후회로 가득한 날도 있다. 이처럼 매일 의욕이 넘칠 수는 없다. 어느 날은 의욕 없이 무기력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럴 땐, 몸과 마음이 쉬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쉼 없이 달려가는 자신에게 잠시 한숨 돌리라는, 여유를 가지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신호.

오늘의 쉼은 다시 내일을 향해 달려갈 힘을 비축한 것이다.


그러니 그런 날에는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말고 그냥 마음 편히 쉬어 보자.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주자.


'괜찮아, 그럴 날도 있는 거야.'





매주 화, 금 오전 7시에 연재되었던 '빛나지 않아도 괜찮았던 날들'은

앞으로 매주 금요일 오전 0시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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