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차 〈아직 연애가 어려운 나이〉

『혼자여서 괜찮은 날들』

by 박동욱

나이를 먹으면 사람을 더 잘 보고,
관계를 더 잘 유지할 줄 알았다.
경험이 쌓이면
마음도 넓어지고, 이해심도 자랄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의 나는 정반대다.

사람을 보는 눈은 더 높아졌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조용히 거리를 둔다.
예전에는 모난 구석이 보여도
그 사람이 좋은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지금은 이유보다 ‘굳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관계를 피하는 건
서툴러서가 아니라 상처받기 싫어서다.
그게 참 나답지 않다.
나도 가끔 놀란다.
‘내가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웠던가?’
‘이렇게까지 예민했던가?’

누군가는 말했다.
“결혼은 철없을 때 해야 해. 다 알게 되면 못 해.”
한때는 비웃었던 말인데
지금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맞다.
모를 때는 용감했고,
몰랐기에 더 순수하게 다가갔다.

요즘 나는
상대를 지나치게 분석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버릇이 있는지,
생활 습관은 어떤지, 대화의 깊이는 어떤지.
관계 초반부터 너무 많은 걸 판단하고,
그 판단에 스스로 지쳐간다.

완벽하게 파악하고 나면
아무에게도 마음을 줄 수 없게 된다.
그 사람이 가진 결점은
과거 누군가의 그것과 닮아 있고,
그 결점이 반복될까 봐
나는 또 조심한다.
그렇게 내 연애는
시작되기도 전에 멈춘다.

예전에는
“내가 좀 맞춰보지 뭐” 하며 시작했다.
지금은 그게 잘 안 된다.
아니, 하지 않게 되었다.
나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시간, 내 감정, 내 방식의 경계를
쉽게 내어주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랑이 ‘설렘’으로 시작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설렘보다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정감조차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지켜야 할 무엇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사랑하는 일도
조금씩 어려워진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건 내가 서툴러진 걸까?
예민해진 걸까?
그도 아니면,
혼자가 편해진 걸까?

친구들은 말한다.
“넌 연애 감각이 무뎌졌어.”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감각이 아니라
상처를 기억하는 감정의 기억이다.

사랑을 시작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게 궁금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가슴 뛰는 말 한마디에 잠 못 이루던 밤도 있었다.

그 감정을 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이제는 참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그 사랑의 끝도,
그 사랑의 상처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는 여전히 어렵다.
사람을 믿는 것도,
내 마음을 꺼내는 것도 어렵다.
가끔은 내 마음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와 잘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혼자 있고 싶고,
함께 있는 게 피로할 때가 있다.

내가 변한 걸까?
아니면 이제야
진짜 나를 알게 된 걸까?
그 사이에서 나도 확신이 없다.

사랑은
더 이상 모험이 아니다.
지금의 나에게 사랑은
‘잘 맞는 인생의 퍼즐’을 찾는 일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그 퍼즐이 너무 완벽해야 한다는
내 욕심이다.

조금만 어긋나도
“이건 아닌가 봐.”
그리고 뒤로 물러서는 나.
그런 내가
스스로도 안타깝다.

하지만,
어설프게 시작해
괜찮은 척하며 상처받고 싶진 않다.
그래서 지금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안의 감정이 다시 열릴 때까지 기다리려 한다.

연애가 어려운 나이.
예전엔 몰랐다.
그 시절엔
사랑이 그냥 찾아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랑은, 나이가 들수록
더 절실하지만
더 조심스러운 감정이라는 걸.

서투름이 아니라,
진심이 깊어졌기 때문에
사랑이 어려워진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어려운 연애 앞에서
다시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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