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차 〈집에서 혼술 하는 즐거움〉

『혼자여서 괜찮은 날들』

by 박동욱

요즘 혼자 술 마시는 걸 권하지 않는 분위기다.
“위험하다.”
“쓸쓸하다.”
“중독의 시작일 수 있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게 혼술은
그 어떤 파티보다 명확하고,
그 어떤 대화보다 진실한 시간이다.

딱 한 달에 한 번.
나는 나와 술 한 잔을 나눈다.
그건 단순한 음주가 아니다.
한 달을 결산하는 작은 의식이다.

무더운 여름,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에어컨을 켠다.
한 달을 버틴 몸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옷을 벗고 샤워기로 향한다.

물줄기가 몸을 타고 흐르면
하루가, 한 달이
조금씩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샤워를 마친 뒤,
냉장고 문을 연다.
그 안에는 내가 골라 둔 차가운 술이
말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함께할 안주도 잊지 않는다.
이미 앱으로 주문한 음식이
곧 현관 벨 소리와 함께 도착할 것이다.

술상이 차려지면
TV를 켜고 유튜브를 튼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영상 두 편 정도 본다.
영상 속 농담에 웃기도 하고,
누군가의 일상을 구경하며
하루의 긴장을 툭 풀어낸다.

한 잔, 두 잔.
술이 천천히 올라오면
영상의 분위기를 바꾼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영상.
야경을 걷는 영상.
외국의 골목길을 비추는 브이로그.

어느새 나는
그 골목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상상을 한다.

비 내리는 오사카의 뒷골목.
노을 지는 파리의 마당.
고요한 아이슬란드의 길 위.

나는 눈을 감고 마신다.
아무도 없지만
세상이 내 감성에 귀 기울여주는 듯한 순간이다.

혼술을 할 때면
내 감정에 솔직해진다.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
기분이 흐려져도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화가 났다면 그 감정 그대로.
외롭다면 외로운 대로.
그날의 기분을 가감 없이 꺼내놓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소주잔을 손에 든 나에게
혼잣말을 건넨다.

“잘 버텼다. 이번 달도.”

그 한마디에
누군가에게 위로받은 듯
내 안이 조금 차분해진다.

사람들은 혼술을 위험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게 혼술은
나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시간이다.

여럿이 마시는 술자리는
분위기를 맞춰야 하고,
눈치를 봐야 하고,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한다.

하지만 혼술은 다르다.
내 주량을 알고,
감정의 농도를 조절하며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나를 풀어주는 의식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깊이 있게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나는 안다.
언제, 어떤 감정에서
한 잔을 더 기울이게 되는지를.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감정의 곡선이 피로로 하는 쉼표다.

그렇게 나는
술이 아닌 나 자신과
관계를 맺는다.

혼자지만 괜찮다.
혼자여서 오히려
고요하게 나를 보듬을 수 있다.

이제는 누군가와의 술자리보다
혼자 마시는 술이 더 나에게 가깝다.
누군가의 취향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내 이야기의 끝을 누가 가로채지도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감정을 정리하고,
내 속 이야기를 듣는 시간.

그게 나에게는
혼술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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