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위에서 나를 마주하다
#8 내가 쓴 문장이 나를

#8 내가 쓴 문장이 나를 구한 날

by 박동욱

글을 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나’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인지하지 못했거나,
어쩌면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던 내 마음을
문장 속에서 불쑥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날의 감정,
그날의 생각을 그냥 휘갈겨 놓은 글.
시간이 지난 후,
그 글을 다시 읽었을 때
그 속에 담긴 나의 진짜 감정을 보고
문득 울컥하거나, 조용히 미소 지을 때가 있다.

나는 ‘아니야’라고 했지만,
내 글은 알고 있었다.
내가 느끼고 있었던 것,
내가 말하지 못한 것,
그리고 내가 잊고 있던 나의 감정까지.

어느 날,
별생각 없이 의무적으로 썼던 문장이
사실 그날의 나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그 문장 속의 나를
안아주고 싶어졌다.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글이란
단지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바라봐주는 하나의 따뜻한 시선이라는 걸.
글은 나를 기록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를 이해해 주는 존재였다.

나는 종종,
내가 썼던 문장을 잊는다.
하지만 그 문장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글을 다시 읽으며
그날의 나를 떠올리고
위로와 찬사를 보내게 된다.

글은 내게
좋은 친구였고, 조용한 위로였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이었다.


내가 쓴 문장은,

가장 조용히 나를 구한 글이었다.

이전 07화문장 위에서 나를 마주하다 #7 글은 나를 어떻게 바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