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사랑 #12 어쩌면, 나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

어쩌면, 나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by 박동욱

그 시절의 나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랑했다.
아무리 돌아봐도
이 표현 말고는 더 나은 말을 찾지 못하겠다.

하지만 치열했던 건
나 혼자였다.
답장이 없는 메시지,
때로는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의 무관심,
그 모든 걸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견뎌냈다.

내가 사랑하면 그만이었고,
짝사랑을 지속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 짝사랑은
더 깊이, 더 오래 남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나는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나의 감정이 헛되지 않다고
내 존재가 의미 있다고
스스로를 그렇게 설득했지만,
정작
나 스스로에게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네준 적이 없다.

나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 줄까.

누군가의 무관심에 슬퍼하며,
내가 그 사랑을 완성하고 싶어 했지만,
사실 사랑의 완성은
상대에게서 오는 게 아니었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에서 시작되는 것이었다.

사랑이란, 결국
나로부터 시작되는 감정이라는 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이제는 안다.

그 찌질하고 맹목적이었던 사랑은
실패가 아니라,
나 자신을 외면한 채
남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한 사람의 오래된 외로움이었다는 걸.

그래서
이제부터는
나부터 사랑할 것이다.

그토록 원했던 진짜 사랑은
나를 향한 첫 문장에서
이미 시작된다는 걸
이제야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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