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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Jun 12. 2023

지금 소통에 진심이어야 하는 이유.

도약이 아니면 도태.

"내가 뭐 세상을 바꾸고 싶은 것도 아닌데."

"소통으로 먹고 살 생각 없는데."

"잘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뭐 굳이 나까지..." 

"나 정도 하면 잘하는 거 아닌가?" 


언어에 유난한 흥미나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언어와 소통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도 광범위한 데다, 보통 다른 기술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숙련도와 그에 따른 이점을 수치화하여 분석하기 쉽지가 않다.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도 까마득하고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와닿지도 않으니,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언어 소통 능력은 야망을 가지고 도약하려는 사람들에게만 유용한 도구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의 도구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고단한 마음에 위로와 감동이 되기도, 정보 혹은 사상과 신념을 공유하기도, 보다 나은 것을 위한 토론의 장을 열기도 한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일상 모든 곳에 빠짐없이 스며있는, 공기와도 같은 언어에 대한 관심은 건강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필수적이다.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미서부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처음 경험하는 것 투성이었다. 우리 가족은 먹을 것을 직접 영어로 주문해야 할 때마다 마치 큰 게임 미션이라도 진행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들뜨곤 했다. 하지만 영어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손으로 사진이나 전시되어 있는 메뉴 모형을 가리키며 "This, this."라고 하는 정도가, 한껏 끌어올린 용기가 닿는 최선이었다. 


디즈니랜드에서 의기양양하게 피자를 주문하러 떠난 아버지는, 한 판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주문을 실수해 네 판을 들고 돌아오셨다. 한국이었으면 어떻게든 식당에 이야기해서 한 판 값만 내려고 하셨을 알뜰한 분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혼이 나간 듯 허허 웃는 것뿐이 할 수 없으셨다. 


식당에서는 주문한 것과 다른 것이 나오고, 길을 잃으면 대책이 묘연하고, 바가지를 쓰기도 하는 것. 해당 국가의 언어가 서툰 여행객에게는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언어가 능숙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여행뿐만이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경우들을 상상해 보자. 너무도 불편하고 억울한 일 아니겠는가. 


외국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면 일단 해외여행부터 한결 쉬워질 것이다. 우리 가족이 여행을 갔던 그때엔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외국어가 좀 서툴더라도 기계가 통역 앱 등으로 소통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많이 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어능력을 키우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다양한 소통의 수단을 모색하는 것은 나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귀를 열어준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더욱 넓고 유연해진다. 그로서 난관에 보다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게 되니 삶의 난이도가 낮아지고 불행이 멀어진다. 




언어소통에 대한 고민은 늘 최대한 구석에 밀어두었던 것 같다. 핑계는 많지만 결국 중요성이 위급하게 와닿지 않았던 탓이다. 어쩌다 여행 갈 때만 고생하면 되는 정도로 여겼으니까. 하지만 피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려는 모든 일에 언어 소통 능력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언어들을 익혀야만 하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었고, 전부 잘 해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리게 되었다. 


언어는 의사소통에 쓰이는 모국어나 외국어뿐만이 아니라, 시각적 언어, 청각적 언어, 컴퓨터 언어 등 다양한 소통의 도구들을 모두 포함한다. 모든 언어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유기적으로 서로의 전달력을 보완하며 청중과의 소통에 쓰인다. 소통법의 진화는 놀라울 정도다. 기록과 전달을 위해 돌을 깎아 글자를 새겨 넣던 시대에서, 전 세계적으로 1억이 훌쩍 넘는 수의 유튜버들이 매일같이 종합 영상물을 만들어 올리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소통의 장이 열렸고, 관련 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가속화되고 있다. 


모두가 앞다투어 자신을 알리고, 관심을 갈구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 공유하는 세상. 언어 소통의 가치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변화의 선두에 선다. 가만히 있으면 도태된다. 한 번 숨 가쁘게 달려보고자, 신발끈을 다시 묶고 예의를 갖추어, 최선을 다해 세상과 소통하겠노라 새삼 다짐해 본다. 바로 여기, 소통에 대한 열망을 내비치는 것을 시작으로, 당신에게 함께 해보자며 들뜬 목소리로 졸라대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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