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은 살랑바람
매일 같이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 몇 명이 있다. 호로록 올라오는 대화창을 정독해서 읽지만, 더러 답장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여러 명이 함께 있는 대화방의 알림은 꺼두는데 답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감이 있다. 혼자 친구들의 대화 흔적을 좇는다. ‘얘네 이런 이야기를 했네’하며 맥락을 파악한다. 한 번씩 친구 한 명이 “수민이 글 다 안 읽는 거 아니야?”라고 물을 때가 있다. 그럼 나는 하나하나 다 보고 있다고 말한다. 대화 내용은 주로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읽지 않으면 금세 탄로 난다.
때로는 함께 만날 날을 정하거나 도움을 청할 때도 있다. 그럼 친구들은 마지막 대화에 꼭 이렇게 남긴다. “수민이 연락 올 때까지 기다리자.” 메시지가 온 시간을 보니 벌써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럼 마치 친구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다급해진다. 손과 눈을 빠르게 움직여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한다. 기다리자 말해놓고 각자 할 일을 할 텐데, 누군가 나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바빠지고 만다. 기다린 친구들을 생각해서 재빨리 답장을 남기지만 어쩐지 잠잠하다.
타이밍이라는 건 종종 어긋난다. 오전에 연락이 되지 않는 나와 밤에 연락이 되지 않는 친구. 우리 두 사람은 생활패턴이 반대다. 친구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반면, 나는 늦게 자는 만큼 늦게 일어난다. 다른 친구는 아주 이른 아침만 아니면 언제든 연락이 잘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결정은 이틀에 걸쳐 이루어진다. 두 친구가 말하고 내가 답하는 식이랄까.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상황을 설명해 주거나 “정신 차리고 빨리 메시지 확인해”라며 나를 깨운다. 이렇게 생활패턴이 다른데 막상 만나면 서로 잘 맞다. 아니다. 일찍 자는 친구는 항상 “오늘 늦게 잘 거야”하고 우리 중에 가장 먼저 잠든다. 나랑 다른 친구는 “신데렐라다”라며, 친구를 신기해하며 놀리지만, 알 길 없는 친구는 새근새근 잘도 잔다. 아침에는 가장 빨리 일어나 바지런히 움직이는데 잠귀가 밝은 나는 덩달아 일어난다.
“커피 사러 갈래?”라는 친구의 속삭임에 넘어가 함께 아침 산책을 나선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겠지만, 친구가 매일 걷는 산책길이 궁금해 따라나선다. 지난번에 여기서 전화했구나, 좋아한다는 빵집은 여기구나 하며 친구의 보통날을 구경한다. 우리는 분명 산책하러 나왔는데 산책 끝에는 커피와 빵 그리고 김밥이 손에 들려있다. 자고 있던 친구를 깨워 셋이 아침을 함께 먹는다. 그리고 느긋하게 다시 누워 부족한 아침잠을 채운다. 서로의 낮과 밤은 늘 어긋나지만, 우리의 시간은 함께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