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 낯선 것

오늘 마음은 흐렸다 맑음

by 박수민

새롭고 낯선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익숙한 장소와 늘 먹던 메뉴를 선호한다. 일상을 새롭게 보내려면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음료 등을 먹어보라고 하던데 그것과는 먼 일상을 보내고 있다. 늘 가던 커피숍에서 다른 메뉴를 먹어볼까 생각하다 늘 먹던 카페라테를 주문한다.

주로 마시는 커피는 두 가지. 더울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추울 때는 따뜻한 카페라테를 마신다. 달콤한 커피가 먹고 싶을 때는 돌체라테 혹은 바닐라라테 둘 중 하나다. 아! 그리고 계절에 상관없이 최애 메뉴는 아인슈페너다. 아인슈페너를 시그니처로 하는 커피숍에 가면 꼭 먹어본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맛을 탐구할 일도 없거니와 새로운 어떤 것을 시도할 일도 적다. 일상의 작은 실패도 꽤 오래 속상해하는 비좁은 마음 때문이다.

‘먹었는데 맛없으면 어쩌지?’하는 생각에 언제 먹어도 실패 없는 메뉴를 선택한다. 실패해 봤자 겨우 커피일 뿐인데. 생각보다 맛있는 커피는 마실 때마다 기분 좋지만, 맛없는 커피는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속상할 테니 무난한 것으로 마신다. 늘 먹던 카페라테를 주문했는데, 이상하게 오늘 커피는 어딘가 싱겁다. 같은 커피숍 같은 메뉴인데도 바리스타에 따라서 묘하게 맛이 달라진다.

사실 커피를 잘 몰라서 커피 맛을 평가하는 기준은 ‘진하다’와 ‘연하다’ 정도다. 주문한 커피는 어쩐지 연했다. 주말을 보내고 난 월요일, 다른 날보다 더 쓰고 진한 커피가 필요했는데.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 “오늘 커피는 좀 싱겁네”하고 가볍게 넘기는데, 속 좁은 나는 마실 때마다 싱거운 커피를 떠올린다. 이럴 때는 그저 호로록 빨리 마셔버리는 게 차라리 낫다. 한 번에 들이켜고 나면 맛을 떠올리는 순간도 그만큼 줄어들 테니 말이다.

이렇게 사소한 실패에도 오래 마음을 쓰는 탓에 새로운 시도를 잘하지 않는다. 커피만 봐도 내가 맛보지 못한 신세계가 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좁은 마음만큼 좁은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심심한 커피를 마실 거면 가끔은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해봐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마신 커피가 엄청 맛있을 수도 있을 테니.

일상에 새로운 것들에 하나씩 마음을 열어가보기로 했다. 실패라고 여기기보다 새로운 시도에 마음을 더 주기로 했다. 그런 새로운 것들이 모여 나의 취향과 세계를 더 넓혀줄 테니. 내일은 한 번도 마셔보지 않은 커피를 마셔야지. 그게 어떤 맛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오늘보다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나를 데려가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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