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은 새로움
화장을 진하게 하지는 않지만, 눈썹, 아이라인, 립스틱 정도는 매일 한다. 적고 보니 화장을 꽤 공들여하는 느낌이다. 아무튼 여기서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아이라인과 립스틱이다. 한때는 둘 다 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어떻게 다녔을까. 하나 안 하나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나는 안다. 아이라인을 하면 조금 더 또렷해 보이고, 똘똘해 보이는 것을. 물론 내 기분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에게 그 기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립스틱은 바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무언가를 먹고 마실 때마다 갑갑한 느낌이 들어 싫었다. 그리고 아이라인이나 다른 화장처럼 한 번 바르면 끝이 아니라 계속 발라줘야 하는 게 퍽 귀찮았다.
그런 나에게 친구들은 생일만 되면 립스틱을 사줬다. “일단 발라보고 네 스타일이 아니면 바르지 마.” 생기 없이 다니는 내가 안쓰러웠던 걸까. 립스틱을 선물한 친구들을 만날 때면 챙겨가서 바르곤 했는데, “예쁘다”, “잘 어울린다”는 듣기 좋은 말에 현혹돼 점점 립스틱을 바르게 됐다. 스스로 생각하는 이미지는 무른 느낌이라, 업무 차 타 회사와 첫 회의에 갈 때면 꼭 짙은 립스틱을 발랐다. 그것은 그냥 립스틱이 아니라 나에겐 갑옷 같았다. 빨간 립스틱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하다 보면 나의 말랑한 속내를 금방 들키곤 한다. 그래도 그것은 혼자만의 의식 같은 것.
나에게 갑옷 같은 립스틱이지만 여러 번 덧바르는 건 아직도 귀찮다. 밥을 먹고 나서 한 번 정도만 덧바르기 때문에 지속력은 내게 꽤 중요하다. 여러 립스틱이 있지만, 하나만 줄기차게 쓴다. 옷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다른 립스틱을 바른다는데 나는 그저 마음에 드는 립스틱을 바닥날 때까지 쓴다. 그래도 립스틱을 살 때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손등에 여러 개를 슥슥 발라보고 발색이 좋고, 지속력이 좋은 것을 구매한다.
새로 산 립스틱은 내가 즐겨 쓰던 브랜드 제품이었다. 한 번도 써보지 않았지만, 은은한 색이 퍽 마음에 들었다. 오늘 처음 발랐는데, 생각했던 색감이 아니었다. 손등과 다르게 입술에는 여러 번 덧발라야 예뻤다. 그마저도 얼룩덜룩해서 거울 앞에 앉아 지울까 말까 한참 망설이다가 그냥 나왔다. 내 입술에는 나만 관심을 가질 테니. 사람들은 내가 립스틱을 발랐는지, 안 발랐는지도 모를 거라고. 그러니 우선 출근하기로 하고 거울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출근해서 만난 동료 중 아무도 내 립스틱, 아니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역시 이런 사소한 것은 나에게만 중요하다. 이 무관심 덕분에 되려 마음껏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해 봐야지 하는 용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