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은 조용한 불안
입맛이 자꾸만 변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달콤한 것을 좋아했다. 새콤한 것보다 달콤한 것을 압도적으로 좋아한다. 새콤한 것을 잘 못 먹기도 하고. 이건 아빠를 닮은 것인데, 우리 아빠는 귤도 새콤해서 잘 못 드신다. 나 역시 마찬가지. 아빠랑 나는 서로 먹어보고 달콤한 귤만 권한다. 물론 반대일 때도 있다. 아빠를 골려주려고 새콤한 것을 먹고는 “아빠, 이거 진짜 달아. 드셔봐”라고 말하고 싶지만, 표정이 일그러져서 실패다. 그런 나를 보고 아빠는 엄청 즐거워하신다.
새콤한 것은 여전히 못 먹는데, 이제는 달콤한 것도 잘 못 먹겠다. 초코 과자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한두 개만 먹으면 달아서 못 먹겠다. 더 정확히는 속이 울렁거린다고 해야 할까. 마음 같아서는 한 봉지쯤은 그 자리에서 와구와구 먹고 싶지만, 커피 없이는 절반정도만 먹을 수 있다. 그만큼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니 기뻐해야 하나. 하지만 어쩐지 달콤한 걸 예전처럼 먹을 수 없게 되다니 늙어버린 느낌이다.
돌도 씹어 먹을 나이는 한참이나 지났지만 이제 아무거나 잘 먹던 때와 달리 못 먹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고기도 예전만큼은 많이 먹지 못하고, 이것은 기호가 아니라 양의 문제다. 짠 것도, 매운 것도 점점 못 먹는다. 이러다 슴슴한 맛을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닐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보다 자극적인 걸 잘 먹고, 즐겨 먹고 그만큼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을 먹으면 물이 당긴다. 아무리 마시고 마셔도 갈증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자꾸만 입맛이 변하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늙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어른스러워지는 건 좋은데, 늙는 건 싫은데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