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날씨 탓으로 돌려요

오늘 마음은 그래도 맑음

by 박수민

집 밖에 나온 순간, 쨍한 햇빛에 눈이 부셨어요. 시간이 촉박한 것도 잊고서 한동안 그저 서 있었어요. 햇빛에 적응도 할 겸, 초록잎이 반짝거리는 것도 볼 겸 해서요. 잠깐이지만 초록을 보니 월요일의 고단함이 잊혀지는 것 같았어요. 마음 같아서는 출근 버스가 아니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지만요. 그럴 용기 없는 나라서 몸만 먼저 버스에 실었어요. 회사 근처에 다다르면 둥둥 떠다니는 마음도 따라오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더딘 내 마음은 버스의 속도로 따라잡지 못했는지 내릴 때가 다 됐는데도 출근할 마음이 안 생기는 거예요. 결국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고야 말았죠.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수밖에 없는데, 한 정거장이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던지요. 버스를 타고서도 거리가 꽤 멀었는데, 걸어서 되짚어 오려니 한참 더 걸렸어요. 덕분에 햇빛을 더 오래 맞으며 걸었어요. 오늘은 아주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하루 있죠. 이상하게 조금씩 어긋나는 하루, 오늘이 그랬어요. 출근하기 전부터 멀쩡히 쓸 수 있는 기프티콘을 삭제하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거면 우리 둘이 커피도 마시고 케이크도 한 조각 먹을 수 있는데 말이죠. 무언가 정리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기프티콘 말고는 아무것도 지우지 못했어요. 언젠가 맑은 정신일 때 찬찬히 지워야겠어요. 아무튼 그걸 시작으로 멍해졌어요. 속으로 아까운 마음이 들었나 봐요. 실은 그 브랜드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니까요.

속상한 마음을 계속 품고 있기도 뭣해서 평소보다 더 공들여 샤워를 했어요. 거품과 함께 나쁜 기분도 씻겨나가길 바라면서요. 그렇게 씻다 보니 몸이 노곤노곤해지는 게 아니겠어요. 어젯밤에는 그렇게 잠이 오지 않더니 출근할 때가 되니 잠이 오는 거 있죠. 모든 건 잠이 부족해서 생긴 일 같아요. 그래도 무사히 출근했고, 기분도 나아졌으니 다행이죠. 햇빛을 많이 쐰 덕분에 오늘은 잠도 잘 테고요. 저는 오늘 이런 하루를 보냈는데,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월요일이에요. 부디 한 주의 시작 무탈하게 보내시길.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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