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은 해맑음
친구들의 전화. “너 요즘 도대체 뭐 하느라 연락이 안돼?”라는 E의 물음에 대답할 새도 없이 J가 말한다. “나도 연락 안 한 건 마찬가지인데, 나한테는 안 물어봐서 뜨끔하네.” “너는 독감으로 아팠으니까”라는 E. 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전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셋은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말할 틈이 없다. 내 목소리는 묻히기 일쑤다. 그렇다고 가만히 듣고 있을 나도 아니어서 “말 좀 하자”라고 한 후에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연락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말한다.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서는 연락하기가 어렵고, 출근 전에는 운동 가고, 출근 후에는 이것저것 하다 보면 너무 늦어서 연락하기가 곤란했다고. 그러자 E는 “틈틈이 시간이 될 텐데”라며 나의 이유 혹은 변명이 석연찮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연락을 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닌데, ‘잘 지내겠지’하고 만다. 그런 나를 친구들 대부분은 이해해 준다. 고맙게도.
그동안 연락하지 못한 만큼 각자 근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지내는지, 아픈 곳은 좀 괜찮아졌는지 한참 이야기하다 언제나처럼 J가 먼저 잠든다. J는 한결같다. 먹을 때도 처음에만 열심히 먹고 어느 정도 배가 차면 도통 먹질 않는다. 반대로 나는 천천히 많이 먹는 편이라 셋이서 먹으면 끝까지 먹는다. 그 틈에서 E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J는 손이 커서 항상 주문을 많이 하려고 하고, 그런 J를 E는 말린다. “이거 다 못 먹어. 조금만 시키자” 그러면 J는 “나 많이 먹을 거야. 그리고 수민이가 다 먹을 거야.” 언제나 J는 나의 먹성을 생각하며 많이 시킨다. 하지만 나도 먹는 양이 예전보다는 줄여서 E와 함께 J를 말린다. 우리의 만남은 늘 그렇게, 먹고 떠들다 웃음으로 끝난다.
고등학교 때 만나 지금까지 연락을 이어온 친구들. 나를 제외하고 E와 J는 어른스럽다. 그런데도 셋이 만나면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장난치고 웃고 떠든다. 그렇게 실없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오늘도 먼저 손 내밀어 준 친구들이 그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