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은 어리둥절함
엘리베이터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초등학생 고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 위층에서 1층까지 가는 동안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1층에 도착해서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는데 아이의 책가방이 반쯤 열려 있었다. 아래로 축 처진 걸로 봐서 속에 든 것도 많은데 싶어, 얼른 “가방 문이 열렸어. 닫아줄게”하고 아이가 내리기 전에 가방을 닫아주었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이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요즘 그러면 큰일 나요. 그냥 둬야 해요.”
“가방이 열려서 나도 모르게 닫아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쁜 짓 안 했잖아요. CCTV에도 다 찍혔어요.”
“CCTV만 보면 내리려는 애 괴롭히려는 걸로 보일지도 몰라요.”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 아이는 작게나마 “고맙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그게 CCTV에까지 들릴 것 같지도 않고, 내 덩치에 가려져 내가 그 아이의 가방을 잡아주는지 아니면 내리려는 아이를 갑자기 뒤에서 당기는지 정확하게 보이지 않을 듯했다. 남편의 말을 들으며 ‘아’하고 조용히 탄식을 내뱉었다.
점점 하면 안 되는 것이 늘어난다. 아무리 귀엽고 사랑스러워도 아이들이나 반려동물을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잘 알고 있었지만, 열린 가방까지 닫아주면 안 되는지 몰랐다. 앞으론 책가방을 이 만큼이나 열고 다니는 아이를 보면 말로만 알려줘야지. 성격상 모른 척은 못하겠다. 상대가 어른이면 모를까.
가방 문을 연 채로 다니다가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속상해할 아이의 모습이 자꾸만 그려진다. 내가 그런 아이였기에 그 아이도 혹시 그럴지 몰라 열어둔 가방 문을 닫아주고 싶다. 하면 안 되는 것들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타인과 나 모두가 불편하지 않으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것들. 생각할수록 낯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어려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