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은 말끔함
내가 깨끗하게 무언가를 치우면 어느 틈에 그는 그 자리에 들어가 앉는다. '내가 이러려고 치운 게 아닌데' 하다 가도 누구라도 잘 쓰면 좋지 않나 싶다. 깨끗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 실은 나는 깨끗한 사람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내 입에 들어가는 것과 내 손 그리고 내 몸만 깨끗하면 된다. 방을 치우지 않고, 집을 치우지 않는 나를 보고 오랜 동거녀로 살았던 언니는 "몸만 깨끗하면 뭐 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나와 다르게 언니는 말끔하다. 나 빼고 엄마, 아빠, 언니까지 깔끔하다. 이래서 어릴 때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라는 말을 자주 했나. 어쩌면 그건 진실일지도. 엄마 아빠집과 언니의 집은 언제 들러도 항상 정돈되어 있어 마음이 편하다.
우리 집은 깨끗하지 않다. 우리가 잠드는 방만 깨끗하다. 그곳은 어떤 성역. '이곳만은 꼭 지킨다'와 같은 마음이랄까. 지친 하루 씻고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가 너저분하면 그건 생각만 해도 싫다. 하루의 때를 모두 벗겨내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딱 누웠을 때 그 포근함은 언제나 좋다. 집에 있을 때 대부분을 누워 생활하는 나에게 침대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외출하고 돌아와 씻지 않은 손으로 침구를 만지거나 외출복을 입고서 침구에 앉거나 눕지 않는다. 손과 몸을 깨끗하게 하고 난 후에야 침대에 눕는다.
아침에 일어나 환기를 하고 침구를 정리하는 건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습관이다. 내가 정리해 놓고도 누울 때면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고, 남편이 정리해 주면 그건 또 그것대로 감동이다. 정돈된 침구만으로 이렇게나 쉽게 기분이 좋아지다니.
한 번은 엄마가 반찬을 잔뜩 했다며 바쁜 우리 대신 지나는 길에 아빠가 잠시 들러 반찬을 가져다 주기로 했다. 반가운 엄마의 반찬과 아빠의 방문에도 치워지지 않은 집 때문에 잔뜩 심통을 부렸다. 출근 시간 전까지 집을 치울 시간은 턱 없이 부족했기에. 부랴부랴 치우고 나자 아빠가 오셨다. 출근하려다 놓고 간 게 있어 다시 집에 들렀더니 아빠가 청소기를 돌리고 계셨다. 잠깐 쉬다가 약속 장소로 간다고 해놓고는 딸의 집을 치우고 계셨던 거다. 그 모습이 마음에 아리기도 하고 엄마 반찬을 아주 맛있게 먹으면서 엄마한테 심술부렸던 게 미안해서 한동안은 정말 집을 반짝반짝하게 해 놓았다. 물론 아빠가 치워준 덕분에 하루 20분이면 깔끔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20분의 투자는 얼마 가지 못했다. 습관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섭다.
지금의 나는 전혀 변한 게 없어서 누가 집에 와야 대청소를 한다. 할 때는 힘든데, 하고 나면 뿌듯해져서 놀러 온 지인에게 "한 달에 한 번 우리 집에 와"라고 해버린다. 그럼 그는 웃으며 "초대해 주면 오지"라고 한다. 그것을 반복하며 오늘도 깨끗하지 않은 집에서 몸만 깨끗한 채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