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은 끈기
글을 쓰다 끝맺지 못한 글이 여러 편이다. 죄다 지워놓고는 ‘아까 글이 차라지 나았어’하고 생각이 들지만, 돌이킬 수 없다. 이미 내가 쓴 문장은 온 데 간 데 없고 하얀 백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내 곁을 떠난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매일같이 글을 쓸 때는 몰랐는데, 며칠 쉬다가 쓰려니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그 글만 그러모아도 두 손에 가득 찰 것 같다.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도 같은 기분이 들겠지. 실은 몇 편 읽어보고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쓴 거야?’ 싶어 황급히 창을 닫아버렸다. 그동안의 글을 모조리 싹싹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솔직하게 썼다고 하지만, 감정이 여과 없이 날것으로 드러난 글도 많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기특한 것은 날마다 썼다는 것. 내 글이 자랑스러워서가 아니라 쓰기로 했으니까 꾸준히 썼다는 거다.
어느 날은 글이 잘 써졌는데, 잘 써졌다고 해서 좋은 글은 아니지만 느낌상 술술 써지는 글들이 있었다. 반면 이렇게 몇 차례나 썼다 지웠다 해도 다시 죄다 지워버리고 싶은 글도 있다. 그럴 때는 주제고 뭐고 다 필요 없다.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마음에 ‘내일 써야지’ 하던 것이 벌써 며칠째다. 또다시 내일에게 맡긴다면, 어쩌면 꽤 오래 쓰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떻게든 써본다. 그 누구도 나에게 쓰라고 하지 않았고, 써야 할 의무도 없지만 그래도 쓴다.
K는 몇 년 동안 매일 일기를 쓴다고 했다. 내가 대단하다고 하자, K는 깜짝 놀라며 “일기를 안 써?”라고 되물었던 일이 기억난다. 그에게 일기는 ‘써야지’하고 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쓰게 되는 거다. 매일 아침 자기와의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고 했다. 나도 K처럼 글을 쓰면서 나와 대화를 하는 걸까. 그것보다는 나의 순간을 조금 정제해서 담아두는 것 같다. ‘내 하루는 오늘 이랬어’하고 적어두는 기록이랄까.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이 기록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길. 누군가 읽고는 ‘나도 그래’하고 미세하게라도 고개를 끄덕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