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의 실제
나는 의료봉사 동아리에서 약 7년간 활동을 했다. 이 동아리에서는 의과대학생과 간호학과 학생들이 집집마다 방문하여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며, 복지관과 연계하여 활동하고 있다. 혈압과 당수치를 재고, 문진을 해서 혹여나 개입이 필요한 의료적 문제가 있는 주민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 주민들의 건강적 문제를 의사 (지금은 내가 그 그 역할을 하고 있다.)와 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 전달한다. 의사는 이것을 의학적으로 해석하고, 복지사 선생님은 추가적으로 방문한 후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연결한다.
나는 이 이 동아리의 시스템이 꽤 잘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복지관과 연계해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봉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녹내장이나 대동맥 박리 등 위험한 질환을 발견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몇 달 전에는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찰할 필요가 있는 어르신들을 매 달 학생들이 방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나에게는 이것이 “봉사”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봉사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쓴다”이다. 즉,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활동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에게 베푼다는 시혜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순간, 봉사활동은 봉사자의 자기만족이 가장 큰 목적이 되며 봉사자는 수혜자가 받는 사람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봉사활동의 대상자는 봉사활동을 고마워해야 한다고, 또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의료봉사 대신 의료자원활동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대가성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어서 시간을 내 하는 활동이란 뜻을 지닌다. 의료자원활동을 통해 나 또한 배우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닌 나와 다른 사람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우리는 온전히 독립적으로 살지 않으며, 그렇게 살 수도 없다. 즉, 서로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상호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 또한 식품 생산, 옷 제작, 건설 등의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많은 현대 기술 또한 사람들의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의존은 거래라는 형식으로, 대가를 주고받으며 이루어진다. 가족이나 친구, 지인과는 대가 없는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고, 돌봄 또한 이루어지지만, 이는 서로 간의 관계가 토대가 된다.
봉사활동은 이와 다르다. 대가 없이, 쌓인 관계없이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평소에는 만났을 확률이 적은 사람들이 서로 마주쳐 연결고리를 만든다. 봉사활동은 그런 것이다. 자신이 마음을 내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활동. 숭고한 희생도, 자기만족도, 순전히 남을 위한 활동이 아니다.
우리 의료봉사 동아리에서의 활동은 주는 사람 받는 사람에 둘 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주민들의 신체적이나 정신적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의료자원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많은 것을 배운다. 주민들을 문진하는 선배를 통해 후배들이 질병에 대한 의학적인 접근을 배우고, 주민들에게 어떤 의료적 필요가 있는지 실질적으로 배우기도 한다. 학생들은 의료자원활동을 통해 의학과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학교와 병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사회의 의료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된다.
우리는 혼자 살지 않는다. 서로 관계를 만들어가고, 도움과 돌봄을 주고받는다. 촘촘한 거미줄 같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더 건강하다. 꼭 자원활동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것, 서로에게 따스한 관계들을 만들어 가는 것, 사회 내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조금 더 건강한 자신, 건강한 관계,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