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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Apr 25. 2024

기이한 섞갈림은 사라지며 빛을 발한다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읽기(8)



1.

사라지며 더욱 아름답게 - 낮이

어둠에 잠기듯

태양의 얼굴은 반쯤

멈칫멈칫 - 떠나지 않으며 - 소멸하며

- 당신 안의 나, 내 안에 떠오르는 당신. 우리의 기이한 섞갈림은 사라지며 빛을 발한다. 짙은 어둠에 잠길 때조차 희미한 빛을 잃지 않는. 소멸하며 생성하는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뚜렷한 얼굴'로 우리 곁에 머문다. 


2.

시인은 언어학을 탐구했네

하여 기다리고 있는 그 지원자를

부르려 할 때

거기 부르지도 않은 자가 찾아왔네


바로 환상의 일부

말은 가득 찼네

자명하지도 않은

천사들이 계시한 말이

- 촛불 아래의 몽상. 차가운 열정으로 지속하는 존재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만난다. 흔들리는 불꽃 사이로 느닷없이 도착한. 눈부신 광휘로 덮인 신성은 결코 환상일 수 없다. 당신을 향한 무엇보다 자명한 목소리. 파악할 수 없는 모호한 형태는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단지 그 음성을 받아쓸 뿐인, 시인의 영감. 


(92~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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