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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Apr 23. 2024

지금 여기 가득한, 끝 간 데 없는 사랑

『카르페 디엠 』 호라티우스 읽기(2)



'끔찍한 괴물을 묶었다. 여왕은 의연하게

파멸을 받아들이며, 여인들처럼 그렇게

칼에 떨지 않았고, 은신의 고장을 

빠른 배들로 찾아가지 않았다


패망한 왕국을 굴하지 않는 침착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의젓하게 맹독을 자랑하는

사나운 뱀들을 끌어안아 죽음의 독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사라져 가는 것을 그것인 채로 받드는 일. 아름다움은 비로소 당신을 그곳으로 데려간다. 멸시와 조롱, 파괴의 고통을 감내한 이를 어루만지는. 끝 간 데 없는 사랑은 지금 이곳에 가득하다. 당신보다 당신을 온전히 이해한 존재. 지극히 높음은 온화한 음성으로 상처를 어루만진다. 독사의 이가 깊숙이 들어옴에도 의연할 수 있는. 무한한 정의는 이곳의 질서와 결코 울타리를 공유하지 않는다. 오직 파멸 가운데 마주하는 절대적 타자성.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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