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죽음보다 치열한, 완전연소
「에세」 미셸 드 몽테뉴 읽기(5)
아무리 보잘것없는 검투사일지라도 신음하거나 안색을 바꾼 자가 있었던가? 누구 하나 비굴한 모습을 보였던가? 서서 싸울 때만이 아니라 져서 쓰러질 때라도? 쓰러져 죽음의 칼을 받을 때 누구 하나 고개를 돌리는 걸 본 적이 있는가?_키케로
고통을 당할수록, 더욱 '철인(哲人)'이 되는. 그가 똑바로 칼 끝을 응시할 수 있음은 삶이 죽음보다 치열했기 때문이다. 칼을 쥔 이가 위대한 적이기에 자기 목숨을 건네는. 의연한 얼굴은 날카로운 것이 심장을 찌르는 순간에도 친구의 눈을 바라본다. 세간의 평가 너머에 있는 사자의 정신. 그들의 결투를 초월의 장소로 이끈 완전연소는 비로소 영원한 안식을 얻는다.
(12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