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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Aug 24. 2024

지금 여기, 재앙의 아름다움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파스칼 키냐르 읽기(3)



'철학이 아니라 철학의 근원으로 가십시오. 철학 속에서 리듬을, 말하는 목소리를, 그리고 그 목소리가 차용해 남아 있는 감정적 소리를 잃지 마십시오. 철학의 울퉁불퉁 비뚤어진 논고를 물리치십시오. 나는 당신께서 낱말의 선택을 통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옛것의 새로움, 충동 깊이 자리한 오래된 것의 새로움을 통해, 이미지 탐구에 몰두함으로써 말의 힘만이 아니라 그 잠재력 속까지 파고들기를 바랐습니다.'


  낱말에 중첩되어 있는 오래된 미래. 철학은 목소리 이전의 소리를 품을 때 비로소 그곳으로 들어간다. 발화되었으나 누구도 그 음성을 기억하지 못하는 파멸의 노래. 최초이자 최후의 음악은 내면에서 시원적인 것이 돌출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진정 새로움을 향해, 이전의 자신을 살해하는. 세이렌의 기괴한 음성은 지금 여기, 재앙의 아름다움으로 텅 빈 당신을 구원한다. 유한자에게 유일한 가능성인 B와 D사이, 어떤 '선택'. 우리의 잠재성은 겹쳐진 낱말 어딘가로 깊숙이 파고든다. 


(28~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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