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 훈련편
건강한 삶과 정신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기술 중 세 번째는 현실에 충실하기이다. (P. 64-92)
저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며, 정신 질환의 주요한 근원이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세계의 현실을 보다 명확히 볼수록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보다 나은 준비를 갖추게 된다. 우리가 세상의 현실을 보는 눈이 불투명할수록(우리의 마음이 허위, 착각, 환상 등에 의해 혼란스러워질수록) 바른 행동을 하기 위한 현명한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은 점점 적어진다. 현실에 대한 우리의 견해란 지도와 같아서 그걸 지표로 삶의 모든 영역을 판단하게 된다. 만일 지도가 참되고 정확하다면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고, 어떤 곳에 가야 할 때는 어떻게 그곳에 도달할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지도가 거짓이고 부정확하다면, 길을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무시하거나 왜곡하며 지도를 만들어 간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냐하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세상이 변하는 만큼 우리의 지도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감수하고 파악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우리의 지도는 정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청소년기 말에 그만 정지해 버리고 만다. 그들의 지도는 조그맣거나 대강 그려져 있으며, 세상에 대한 견해란 협소하고 오해로 가득 차 있다.
중년 말기에 가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의 지도가 완전하고, 그들의 세계관이 정확하다고(신성불가침일 정도로까지) 확신하여, 새로운 정보에 대해 더 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변해가는 현실 속에서 본질이 무엇인지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고 종합해서 지도를 계속 고쳐 그려야 하지만, 지금까지 만들어 논 지도를 다시 변경하고 바꾼다는 것은 대단한 고통이 요구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공포와 두려움을 야기시키기에 과거의 지도에 집착해서 현실을 외면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지도를 수정하려는 노력보다는 현실을 왜곡하고 파괴시키며, 낡은 견해로 만들어진 지도를 끝까지 지키는데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는 낡은 견해에 집착하는 것은 신경증과 성격 장애보다 심각한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데, 이 질환을 전이라고 한다. 저자는 전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전이란 어린 시절에 형성된 세계관이 어린 시절의 환경에는 매우 적합하나(정말 생명을 구할 정도로) 변화된 어른의 환경에는 적절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의 것을 그대로 옮겨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전이라고 진단받은 한 명의 환자를 예로 든다. 그 환자는 어릴 적 부모가 자신과의 약속을 대부분 어기는 바람에 부모를 믿을 수 없게 되었고, 그래서 권위자에 대해서 불신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람에 대한 관점은 어른이 되어서 직장생활에서도 나타나 상사와의 다툼, 경찰관들과의 다툼 등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런 다툼이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만들자 결국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떠나간다. 그래서 그는 저자를 찾아왔지만, 결국 정신과 의사인 저자도 불신함으로써 그 환자는 치료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그 환자는 청소년기에 형성된 낡은 지도가 현재에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고, 자신을 괴롭히고 있음에도 그 낡은 지도를 수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고통스럽더라도 현실을 직면해서 우리가 가진 지도를 수정하라고 말한다.
진실이나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는 피하게 마련이다. 우리 자신의 지도를 개편하려면 그러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만 한다. 그런 훈련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전적으로 진실에 충실해야 한다... 정신 건강은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오늘의 진실에 충실하려는 진행형의 과정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힘들더라도 도전하라고 한다.
진실에 충실한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첫째로 이는 계속적이고 끊임없이 엄중한 자기 성찰을 하는 삶을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과 관계하고 있는 방식을 통해서만 세상을 알게 된다. 따라서 세상을 알려면 우리는 세상을 잘 살펴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세상을 살펴보고 있는 자신을 살펴야만 한다.
그가 말한 도전한다는 것은 자신을 성찰하면서 개방하여 고통을 직시하는 것과 그것을 수정하는 비 본능적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을 성찰하는 삶이 바로 지도를 수정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도구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낡은 지도에 의해서 형성되었던 행동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받았다. 그 원인은 나의 행동 기제가 두려움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무엇인가를 할 때, 두려움이 있어야 일을 꼼꼼하게 잘 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험, 직장에서 일 등 주어진 일을 완수하지 못했을 경우에 따라오는 피해가 분명할 경우, 나는 잘해 왔었다. 그런데 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일과 나 자신을 사람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게 하는 일에 대해서는 대충 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떤 장소에 나들이 갈 경우, 그곳이 입장료를 받는 곳인지, 언제 문을 닫는지, 식당이 있는지 등 제대로 알고 가면 더욱 잘 즐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가면 예상치 못했던 일로 종종 몸이 고생하였다. 혼자 있을 때는 나의 시간과 돈이 낭비되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나의 행동 때문에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여러 번 관찰하게 되었다.
나는 왜 그럴까?를 많이 고민해 본 결과, 어릴 적 가족들에게 버림받는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항상 하기 싫은 일도 해 왔던 것이었다. 이 사실을 깨닫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것을 바꾸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먼저 과거의 상처들을 다 드러내어야만 했고, 그 상처들은 나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말들과 평가를 드러내었고, 그 현실을 직면하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슬프고 우울한 일이었다. 그리고 드러난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 다음에 나의 행동 기제를 두려움에서가 아닌 이 행동을 했을 때 예상되는 긍정적인 나의 모습과 결과가 행동 기제가 되도록 많이 노력했고, 현재는 많은 진보가 있었다. 하지만 100%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낡은 지도가 나를 옭매여 있어서 현재 90% 정도는 바뀌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스스로 수정하는데 7-8년이 걸렸다. 그래서 나는 정신과 상담이 삶의 문제와 고통을 직시하고, 지도를 수정하는 데 있어 시간과 비용을 월등히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은 밀접한 관계일수록 나의 문제와 고통은 그 관계 속에서 명확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인들, 배우자가 나의 행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하게 느끼는 행동이 있다면 그것을 주의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고, 그렇게 성찰하다보면 자신이 가진 낡은 지도를 직면할 수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낡은 지도를 직면하고 수정하는 작업들이 고통을 수반하지만 결국 이 작업은 자신이 이 땅에서 잘 살아가도록 만들기 때문에 힘들지라도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본다면 보다 나은 나의 모습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질문들을 생각해 보았다.
질문 1: 지인들이 자신에게 말하는 불평들을 적어보자.
질문 2: 그 불평들은 자신의 어떤 행동에서 기인하는지를 적어보자.
질문 3: 지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그러한 행동들을 왜 반복적으로 하는지 성찰해 보자.
질문 4: 과거의 상처들이 그렇게 만들었다면 그 상처들을 직면해서 바라보자.
질문 5: 왜 그런 상처가 생겼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들, 이야기들을 다 끄집어내어서 슬퍼하자. 자신을 위로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