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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사랑이 뭔 줄 알아?

[영화노트]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2004)

by 싱클레어

영화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2004)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로 분류되며, 관객수 약 80만 명을 동원하였고, 여주인공인 이나영(한이연 역)은 이 작품을 통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사랑이야기로만 채워진 영화, 사랑을 하는 연인이라면 한 번은 꼭 봐야 할 영화, 배우 정재영과 이나영의 매력에 푹 빠지는 영화 '아는 여자'를 통해 사랑의 한 단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영화를 개봉 후부터 지금까지 10번 이상 볼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 번째로, 영화와 라디오의 경계를 허물어 버릴 정도로 귀에 감미로움과 상상의 즐거움을 주는 독백과 대사, 주인공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음악들과 각 인물들의 얼굴에 초점이 맞춰진 영상들이 맞물리며 애매모호한 남녀 간의 사랑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영화의 각 인물들이 말하는 대사들이 한 가지 질문과 모두 연관되어서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질문은 "사랑이 뭔 줄 아니?" 각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한 의미들이 엮이고 엮여서 우리네 인생에서 '사랑해'라고 수없이 말하지만 다들 잘 모르고 있는 사랑의 의미를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파고든다. 세 번째는 두 번째의 질문의 연관되어 "사랑이 뭔 줄 아니?"라는 질문에 대한 주인공이 겪는 혼란과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사랑이 뭔 줄 아니?"란 질문을 던지며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동치성이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는 은행 강도, 전봇대 영화, 야구 코치, 야구장의 커플, 도둑, 형사를 만나면서 점차 변해간다. "사랑이 아니?"라는 질문과 해답이 인생 최대의 목표인 동치성은 가짜 말기암 진단으로 방황하면서 시작되고, 결국 그 의미를 찾게 된다. 결론은 야구선수 동치성(정재영)과 동치성만 바라보며 사랑을 키워가는 '아는 여자'인 한이연(이나영)을 통해 보여주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랑이란 "서로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다. 사랑이란 "서로에 대한 관심"이라는 대답은 어쩌면 너무 뻔한 대답일 수도 있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별의 원인 중 하나가 무관심이다. 연애 기간이 오래될수록 서로에 대한 관심은 곧 무관심으로 바뀌고, 그러다 이별을 겪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다만 "무관심"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뿐...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질 때만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100일, 200일, 시간이 지나면 서로에 대한 관심이 식을까? 그러다 무관심에 지쳐 이별을 하게 되면 '서로 맞지 않나 봐'라며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일까? 이런 점에서 나는 이별의 단면은 서로에 대한 무관심의 마침이다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사랑이란 "서로에 대한 관심"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평범하지 않게 보여준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서 영화가 질문하고 있는 "사랑이 뭔 줄 아니?"대한 답을 주인공 동치성을 통해 알아보자. (이 글은 영화의 전체 스토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기에 좋은 계절인 가을에 이 영화와 OST를 추천해 봅니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동치성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헤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애인과 함께 아침 산책길을 걷는 동치성은 사랑은 이런 것이라며 만족해한다. 하지만 그녀는 치성에게 그만 만나자라며 이별을 통보한다. 치성은 그녀의 이별 통보에 이별의 아픔보다는 거절당했다는 사실에 속으로 격분하지만 겉으로는 담담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받아들인다. 나는 여기서 동치성이 자신의 연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이유는 그녀는 야구 선수인 동치성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손 모양을 보고, 포크 볼인줄 알 정도로 그에게 관심이 많았지만, 치성은 그녀가 왜 헤어지자고 하는지, 그녀의 감정은 어떤지 물어보지도 않은 채 자신의 거절당한 감정에만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말 사랑한다면 그녀에게 왜 이별을 통보하는지 물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치성이 그렇게 이별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그녀와 다시 화해하는 길을 찾는 노력을 보여줘야 되는 것이 아닐까?


동치성은 말한다. "이번에도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면 사랑이 아니었다." 이 대사는 그동안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 추억, 사랑의 의미를 없애버린다. 그리고 그는 "나는 사랑을 못해 봤다. 첫사랑도 못해 거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그는 옛 연인들과 사귀었지만 사랑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옛 연인들에게 관심이 없었으니깐. 그에게는 연인들보다 자신의 거절감이 더 중요했으니깐. 따라서 그에게서 사랑이란 헤어지지만 않으면 되는 사랑이었고, 연인에게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사랑이었다.

평소에 자주 코피를 쏟았던 동치성은 연인과 이별 후 병원에 간다. 의사는 동치성에게 악성 종양이라는 진단을 내리며 죽기까지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내린다. 그는 그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자신의 고등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바에 가서 못 마시는 술을 마시게 된다. 거기에는 동치성만 바라보며 그의 주변을 맴돌던 한이연(이나영)이 있다. 처음으로 그녀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동치성이 술에 취해 자버리자 여관방에 데려다준다.


선배가 운영하는 바는 동치성과 한이연이 만나는 장소이다. 그녀는 우연히 보게 된 동치성과 그 선배를 보고, 그 선배가 운영하는 바에서 동치성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늘 치성에게 관심이 많다. 그녀는 그가 가끔씩 들리는 그 선배와의 대화에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일을 하면서 관심을 집중한다.


악성 종양을 진단받고, 술에 취해 자버린 동치성을 여관방에서 그녀는 그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며 그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가 깨어났을 때, 그가 주사가 없다며 말한다. 이연이 집에 돌아간 후 동치성은 말한다.


"난 첫사랑이 없고, 내년이 없고, 주사가 없다."


이 일을 계기로 이연은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상품으로 받은 핸드폰을 선물한다. 핸드폰을 상품으로 받은 것도 며칠 전에 치성이 자신의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동치성에게 관심이 많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동치성이 걸어갈 때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사연은 TV보다 라디오에 열광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라디오가 좋은 이유는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상상할 수 있기에 그 사연이 나의 사연으로 와 닿게 되고, 더 친밀함을 느끼기에 영화 속에서 나오는 독백과 이와 더불어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사연들은 영화 속 영상을 상상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그 사연들 속에는 치성을 향한 그녀의 오랫동안 묵혀왔던 마음이 담겨 있다. 혼자서 누군가를 오랫동안 사랑한다는 것은 한 사람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오랜 시간 동안 숙성시켰기에 그 향기는 진하다. 그래서 그녀의 사연은 애틋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공명 시킨다.


야구장의 커플이 말하는 사랑


동치성은 스포츠 신문의 일면을 장식하게 만든 실수를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외야수로서 경기장에서 들려오는 커플의 한 여성이 자신의 연인에게 외치는 소리 때문이었다.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넌 또 날 잊고 누군가를 만나겠지. 야 이 병신 새끼야. 그게 얼마나 갈 것 같아. 일주일도 안가. 그러다 또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하겠지. 니 사랑이 그래. 니 사랑의 허약함을 알아. 죽어버려. 네가 날 정말로 사랑한다면 나랑 같이 죽으면 되잖아. 그렇게 사랑하다가 죽어 버리면 우리가 원했던 사랑을 이루잖아. 사랑을 잡아 이 병신아"


이 여인은 사랑이란 "이별이 없는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동치성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정의와 같다. 그래서 시끄러운 관중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다가 죽으면 사랑의 완성일까?


사랑이 인생의 최종 목표인 동치성의 일화


동치성의 불펜 연습을 구경하는 두산 베어스 4번 타자 김광현은 동치성을 보며 회상한다. 대학교 때 동치성의 여자 친구가 광현의 팬이라서 광현에게 빈볼을 던져 머리를 다치게 만들었던 동치성을 그는 이렇게 평가한다.


"멋지지 않냐 인마. 우린 아웃카운트를 잡으려고 볼을 던지지만, 동치성은 사랑 때문에 볼을 던졌잖아."


외야수를 하던 동치성에게 다시 투수로 가는 기회가 찾아오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치성은 집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신의 남은 인생을 준비하려 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은행에서 은행강도를 만나게 된다. 남들은 다 엎드리는데 동치성 혼자만 일어서서 자신의 넋두리를 하면서 자신의 인생의 최대 질문인 사랑이 뭔 줄 아냐며 강도들과 입씨름을 한다.


은행 강도가 말하는 사랑


"사랑이 뭐 대수냐. 여자 만났다. 이름부터 물어보고, 그 이름 알면 그 이름을 가진 여자를 사랑하는 거고. 그다음엔 나이 물어보고, 그다음엔 좋아하는 음식..."


라디오 사연 당첨으로 받은 핸드폰을 이연은 동치성에게 가져다준다. 하지만 동치성은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집으로 찾아왔는지 의아해한다. 그러자 그녀는 말한다.


"나 왜 기억 못 해요. 여기서 39 발자국 가면 우리 집이에요. 미행한 거 아니에요. 자기 입으로 손가락까지 서서 가르쳐 줬잖아요."

짝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때, 마음이 슬프다. 그 사람이 나의 이름을 알았으면 좋겠고, 내가 그 사람 삶의 일부분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그가 나를 알아 나를 인식하고 있을 때, 그 사람하고의 관계는 서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연은 그가 자신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굴하지 않고 그녀는 당첨된 영화티켓으로 함께 영화를 보러 간다. 이런 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위축되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도 머뭇거리며 잘 못하기도 하는데 이연은 그 사람 앞에서 솔직하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솔직해 지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 이유가 오로지 동치성만 바라보면서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그녀는 동치성 앞에서 당당하다.


영화관에서 동치성은 헤어진 연인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거기서 옛 연인과 친구는 동치성에게 말한다.


옛 연인: "오랜만이네 잘 지내? 알지 내 친구"

동치성: "어 그럼 안녕하세요."

옛 연인의 친구: "오랜만이네요 치성 씨 영화 같은 것 잘 안 보는 줄 알았는데 극장 같은 데도 오시는구나"

동치성: "티켓이 생겨가지고."

옛 연인: "누구야 만나는 사람이야?"

동치성: "아니야 그냥 아는 여자야."

옛 연인: "그래 아무튼 잘 지낸다니까 좋네. 걱정 많이 됐는데. 영화 잘 봐"


이 대화를 통해서 동치성이 얼마나 무심한 남자인지를 알 수 있다. 옛 연인이 영화를 좋아하는데 사귀면서 영화관에 한 번도 안 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여관에다 데려다주고, 핸드폰도 선물했는데, 그녀의 이름도 모를 뿐만 아니라 소개할 때 아는 여자라고 이연 앞에서 말하는 것은 어쩌면 이연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동치성은 사랑이 인생의 큰 목표이지만 어쩌면 그는 그 '사랑'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해 사랑을 할 줄 모르는 남자인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이연은 동치성에게 물어본다. "아는 여자 많아요?" "아니에요. 거기가 처음이에요. 아는 여자 없어요."라며 대답한다. 이연은 그 말에 좋아하지만, 이 대사도 동치성의 과거의 연인들을 부정하고, 무심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전봇대 영화가 말하는 사랑


그들이 보는 영화는 전봇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서로 사랑하며 자신의 마음을 지키며 변하지 않는 사랑을 보여 준다. 동치성은 영화를 설명하면서 그 영화가 말하는 사랑을 말한다.


"사랑이란 전봇대를 타고 전기에 감전되듯이 만나게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대사를 알 수 있는 것은 동치성은 거리와 공간에 상관없이 마음이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에게서 "사랑이란 이별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런 사랑은 없다"는 서로 상반되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 모순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랑"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치성은 이연의 집 앞에서 헤어지는데, 그때 8통 1반 주민들이 해외 여행길에 비행기 사고로 둘 다 부모님을 여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치성은 코피가 나면서 응급실에 실려간다. 이연은 그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탕약도 달여주고, 서로는 가까워진다. 거기서 동치성은 자신의 삶의 흔적 속에서 이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도둑이 말하는 사랑

이연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후, 치성의 집에 도둑이 든다. 도둑을 잡아 자신의 방에 앉히고 나서, 도둑에게 치성은 "야 너 사랑이 뭔 줄 알아?"라면 질문한다. 그가 하는 대화는 깔때기처럼 "사랑이 뭔 줄 알아?"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도둑은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도둑질을 하면서 자신을 변호한다. 그 말에 치성은 자신이 대출받은 돈 중 2백만 원을 주며 두 달 후에는 오지 말라며 주인이 바뀌어 있을 거라고 말한다. 도둑은 치성의 집을 떠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말한다.

"저요. 사랑에 대해 잘은 몰라요. 근데 사랑하면요. 그냥 사랑 아닙니까? 무슨 사랑, 어떤 사랑 그런 거 어디 있나요. 그냥 사랑하면 사랑하는 거죠. 도둑이라 잘은 몰라요."


도둑이 고맙다면서 남기고 간 가방 때문에 동치성의 집에 경찰이 조사를 하게 되고, 그의 집 앞으로 지나가는 이연은 이 사실을 알리려 동치성이 연습하는 야구장에 가서 만나게 된다. 치성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이연은 경찰에 가서 사실대로 말하자며 권유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오해를 풀 시간이 없다며 이연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자신의 집에서 치성을 재워주게 된 이연은 음식을 사러 갔다 오면서 치성의 집에 경찰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게 되는데, 이 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명장면이면서, 배우 이나영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나영의 호기심 가득한 큰 눈은 심각한 상황을 미소 가득한 상황으로 바꾸어 놓는 것 같다.

동치성과 저녁을 먹고 후식을 먹으면서 이연은 치성에게 야구에 대해 물어본다. 타자가 친 땅 볼을 잡아서 1루로 안 던지고 관중석으로 던지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치성은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말한다. 그러자 그녀는 말한다.


"그런 거 보고 싶은데 재미겠다."

이연을 조금씩 알게 된 치성은 자신의 마음을 이연에게 에둘러 질문을 한다.


동치성: "만약에 두 달 밖에 못 산다면 뭐하고 싶어요?"

이연: "더 빨리 죽으면 안 되고요?

동치성: "네?"

이연: "그 두 달을 꼭 기다려야 돼요? 더 빨리 죽으면 안 되고요. 힘들잖아요.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 두 달을 기다려야 되는 게."


동치성은 자살을 위해 마라톤을 선택하지만, 신체 건강한 그는 5등 상품으로 김치 냉장고로 타서 이연에게 선물한다. 그렇게 그 둘은 점점 서로를 알아가고, 이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치성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자신도 좋아하게 되었다면서 그에게 말한다. 그리고 치성은 이연이 자신을 향한 마음을 확인한다.


동치성: "날 왜 좋아하게 됐어요?"

이연: "까먹었어요. 너무 오래되어서"

동치성: "지금도 내가 그렇게 좋아요?"

이연: "나란 사람이 있었는 줄도 몰랐잖아요. 내가 누군지, 나란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내가 언제부터 얼마나 가까이 아저씨를 느끼고 있는 줄 몰랐잖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싫어하는지도."

동치성: "미안해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서. 미안해요."


동치성과 이연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동치성에게 악성 종양 진단을 내렸던 의사는 자신이 오진한 것을 깨닫고, 경찰에게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리고 동치성은 자신의 경기 하루 전날 경찰에 붙잡혀 가고, 하루 종일 심문을 받는다. 여기서 경찰 수사관으로 장진 감독이 출연하면서 동치성을 취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영화 속 재밌는 장면 중 하나다. 수사 반장으로 출연한 임하룡은 도둑이 놓고 간 가방의 주인이 그 야구장의 커플이었던 것이 밝혀진다. 그녀가 사랑을 위해 그녀의 연인을 죽였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임하룡은 말한다.


"너무 사랑해서 그랬대요. 사랑을 하면 그러기도 해요. 죽고 죽이고."


우여곡절 끝에 무죄로 풀려나게 된 동치성은 자신의 마지막 등판일 줄도 모르는 경기에 투수로 등판한다. 최선을 다하며 완봉승을 코앞에 둔 9회 말 2사 상황에서 땅볼을 잡은 동치성은 이연을 위해 볼을 관중석으로 던진다. 동치성을 찾아서 경찰서로 온 이연은 TV 중계로 동치성이 관중석으로 볼을 던지는 것을 보며 기뻐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동치성이 자신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지켜준 것에 대해 이연은 기뻐한다. 볼을 던지면서 동치성은 독백한다.


"사랑이란 도대체 뭘까라는 질문으로 참 오랜 세월을 보냈었다. 참 신기하게 그토록 궁금했으면서도 난 한 번도 그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찾지 않았다. 거기에서 나온 해답을 난 믿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늘 누군가를 위해 볼을 던졌다. 내가 살아서 던지는 마지막 공이다. 오늘의 내 모습을 내가 아는 여자도 날 아는 다른 모두도 잊지 못할 것이다. 모두 안녕!"



그렇게 자신의 볼에 사랑을 담아 던진 동치성은 경기 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임하룡이 전해준 의사의 편지를 읽고 오열한다. 오진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다 망쳐버렸기에 그는 병원에 가서 난리를 친다. 그리고 선배가 운영하는 바에 가서 술에 취해 난리를 친다. 이연은 선배의 전화를 받고, 동치성을 만나러 간다. 거기서 술에 취한 동치성은 이연에게 사랑하냐고 물어보는데, 이연은 울먹이며 말한다.


"사랑해요."


이연의 사랑 고백을 받은 동치성은 밖으로 나가 거리를 배회한다. 동치성은 "왜 사랑을 했을까? 죽을 때 되어서 알게 되어서 참 좋았는데, 나는 모르겠어"라며 복잡한 심경을 토해낸다. 건널목의 전봇대 앞에 있던 그는 야구장 커플의 그 여자가 뺑소니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그녀와 대화한다.


동치성: "아파요? 세게 부딪히던데?"

여: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근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어요?"

동치성: "아 야구장에서 소리 지르던. 진짜로 죽는 거예요?"

여: "아마 죽을 테죠."

동치성: "사랑하다가 죽는 거니까 원하는 데로 된 거네요. 좋겠다."

여: "모르겠어요. 나 지금 왜 이리 슬프죠?"

동치성: "왜요? 원하던 것이였잖아요."

여: "아닌가 봐요. 사랑은 살아있을 때만 느낄 수 있나 봐요."


사랑은 헤어지지 않는 것과 사랑하면서 죽으면 사랑의 완성이라는 믿고 있던 동치성은 그녀의 이야기와 악성 종양의 오진 때문에 벌어진 사건들을 통해서 깨어진다. 그리고 평생 동안 질문해 왔던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가 찾은 해답은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랑은 결론이 아닌 과정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살아 있을 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한 장면으로 결합되면서 동치성은 이연에게 뛰어가 만난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에게 이름을 물어본다.


"저기요. 이름이 뭐예요?"

"이연요. 한이연."


동치성은 이연에게 취미가 무엇인지, 혈액형은 무엇인지 물어보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 보는 내내 웃음이 끝이지 않고, 끊임없이 사랑을 탐구하는 영화 '아는 여자'는 관객들에게 질문한다.


"니들은 사랑이 뭔 줄 아니?"



서로에 대한 관심이 식은 연인들이 있다면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질문들을 해 보면 어떨까요? 왜냐하면 사랑은 관심이며 그 관심은 질문들을 통해 나타나니까요.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몇 개월 만에, 몇 년 만에 다 알 수도 없고, 그 사람은 늘 변해가기에 관심 가지기로 마음먹는다면 그 사람의 무궁무진한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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