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져도 괜찮아! 굴러만 가면 어디든 가겠지!
벙커에 빠져도 괜찮아! 굴러만 가면 어디든 가겠지!
부부 동반으로 라운딩을 나가는 날은 언제나 조금 특별하다. 특히 캐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끼리는 마치 ‘캐디 역할을 자처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나와 친구는 각자의 아내가 필요한 클럽을 직접 건네주고, 공의 위치를 확인하며 열심히 ‘남편 캐디’가 되었다. 내 아내가 티샷을 치고 나면 그 앞에 가서 공의 위치를 손으로 짚어주고, 심지어는 퍼팅 거리까지 체크해주는 등 진심으로 보조 캐디 역할을 하는 나를 보고, 친구는 웃음 섞인 충고를 던졌다.
“야, 마이클. 그렇게 아내한테 잘해주면 나중에 괴롭다니까.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어,” 친구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의 충고에 내 아내가 흘겨보며 “나중엔 더 잘해줘야지, 안 그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순간, 친구가 다가와 슬며시 한마디를 덧붙였다. “맞아, 나도 초반에 이러다 지금 거의 공식 캐디 됐어. 적당히 해줘야 돼, 적당히!”라며 다들 배꼽을 잡고 웃었다.
특히나 우리 부부가 퍼팅 그린에서 공의 경사를 같이 살피고 있을 때 친구가 한마디 더 했다. “마이클, 아니 이건 거의 ‘골프보다 아내 잘 모셔야지 챌린지’ 아냐?” 하며 농담을 던지니, 나도 “에이, 이게 바로 부부 동반의 묘미지”라며 웃음으로 받아쳤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워했지만, 속으론 친구들 말이 조금은 맞는 것 같아 혼자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캐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들이 자청해 클럽을 건네고, 그린 위에 공의 위치를 직접 체크해주는 부부 동반 라운딩. 이런 ‘남편 캐디’ 모드가 부부 동반 라운딩의 묘미라면 묘미다. 각자의 스윙에 열중하면서도 곁에 있는 상대를 챙기고 웃음을 주고받는 순간들 덕에 라운딩은 한층 유쾌했다.
라운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웃으며 “다음에도 이렇게 잘해주면 좋겠네?” 하자, 나는 속으로 친구들의 ‘충고’가 새삼 떠올랐지만 겉으론 “당연하지”라고 말하며 넘겼다. 부부 동반 라운딩의 진짜 묘미는, 그 유쾌한 순간들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즐기며 함께 웃어넘기는 여유와 유머가 아닐까.
“적당히 캐디가 되어주는 여유와, 서로를 챙기는 순간에서 웃음을 찾는 것. 부부 동반 라운딩의 묘미는 바로 그런 유쾌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