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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야간 라운딩 – 예기치 못한 도깨비불의 등장

벙커에 빠져도 괜찮아! 굴러만 가면 어디든 가겠지!

by 마이꼴 Feb 20. 2025

그날은 어둠이 깔린 코스 위에서 라운딩을 즐기고 있었다. 모두 일반 볼로 게임을 하며 각자의 샷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환한 빛이 푸른 궤적을 그리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게 아닌가! 그 공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속도로 다가와 우리 코스에 뚝 떨어졌다. 어둠 속에서 푸른빛을 내뿜는 작은 공이 코스 위에 남겨지자, 모두 멍해진 얼굴로 그 공을 바라봤다.     


“이거… 도깨비불이냐?” 친구가 진지하게 한마디 던지자, 그 말을 듣고 있던 우리 모두가 한참을 웃었다. 낯선 불덩이가 어둠을 뚫고 불쑥 나타나자, 라운딩이 아니라 심야 탐험에 나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의외의 방문객인 야광볼을 쳐다보며 “이거 신비의 숲에서 나올 법한 일 아냐?”라며 즐거워했다.     


그 공이 다른 팀에서 친 야광볼이라는 걸 알고 나니, 상황은 또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야, 이 정도로 눈에 띄게 빛나면 나도 야광볼로 해볼까?” 하고 친구 한 명이 진지하게 말하자, 옆에서 또 다른 친구가 “그러다 우리 코스에 더 많은 도깨비불이 출현하는 거 아냐?”라며 껄껄 웃었다. 야광볼이 주는 그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며, 다들 처음엔 농담처럼 시작된 이야기를 진지하게 주고받았다.     


공이 어두운 페어웨이를 넘어 홀을 향해 굴러가는 장면은 마치 작은 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코스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어가던 그때, 갑자기 또 다른 야광볼이 하늘을 가르며 불쑥 나타났다. 우리는 그 공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른 채 허둥지둥 주변을 둘러봤고, 순간 도깨비불이 마치 우리 코스에만 찾아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한참을 웃었다.     


이번에는 코스 끝 쪽에서 공을 날려보려던 내 차례였다. 나는 야광볼을 들고 온 다른 팀의 플레이를 상상하며, 다소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야광볼처럼 크게 날려보려 했지만, 내 공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이리저리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친구들이 “역시 도깨비불이 오면 기분이 이상해지는 거라니까!”라며 내 샷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날 밤, 뜻밖의 야광볼이 만들어낸 특별한 추억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야간 라운딩이 아니라, 색다른 이야깃거리를 쌓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도깨비불 같은 야광볼을 쫓았던 그 순간은 밤 골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재미였다. 그렇게 의외의 방문객과 함께한 즐거운 밤을 떠올리며 우리는 다음 라운딩에도 “도깨비불 또 나올까?” 하며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코스를 떠났다.     


“도깨비불처럼 불쑥 나타난 빛 하나가 라운딩에 즐거움을 더할 때, 그 순간이 바로 골프장의 마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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