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져도 괜찮아! 굴러만 가면 어디든 가겠지!
살다 보면 인생의 길고 긴 라운딩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골프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 친구들은 나에게 그런 인생의 동반자들이다. 이들은 나와 함께 기쁠 때도, 힘들 때도 나란히 걸어주며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넘어왔다.
우리는 티박스에서 진지한 척하며 스윙을 준비하다가도 엉뚱한 곳으로 공을 날리기 일쑤였다. 그러면 한 친구가 웃으며 “인생이 그렇지 뭐. 나도 한때는 왼쪽 보고 쳤는데 오른쪽으로 갔거든”이라며 가볍게 넘긴다. 벙커에 빠진 공을 바라보며 실망하는 나를 보면 친구들은 “벙커에서 나가고 나면 새 인생이 열릴 거야!”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 순간마저도 웃음으로 만들어 준다.
특히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들은 내 작은 실패에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내 스윙이 엉망이 되거나 공이 기어코 해저드에 빠져도, “어차피 네 스타일은 늘 그대로야!”라며 쿨하게 반응한다. 인생에서도 그랬다. 내가 사업에 실패하고 힘든 시간을 겪을 때도 이들은 나를 별다르게 대하지 않았다. 다들 한결같이 “야, 그냥 네가 늘 그랬잖아”라고 웃으며, 나를 무거운 말 대신 가벼운 농담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라운딩을 마치고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는 그날의 실수담이 빠질 수 없다. “오늘 너 공이 해저드로 가는 거 보니까, 우리 인생도 좀 쉬엄쉬엄 가야겠다 싶더라”라며 건네는 농담이 어찌나 웃기고 유쾌한지, 힘든 순간조차도 이들과 함께라면 특별한 추억으로 바뀐다. 때로는 진지한 듯 농담을 주고받다가도 마지막엔 “그래도 다음 라운딩 땐 스코어 줄여보자” 하며 서로를 격려한다.
이 친구들과 함께하면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도 마치 장난처럼 느껴진다. 덕분에 나도 골프장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스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이야말로 내가 죽을 때까지 곁에 있을 사람들이다. 현재의 우정을 즐기면 되는 거다. 현재는 결국 미래의 과거일 테니, 지금 이 순간 충실히 함께하는 것이 최고의 스코어일 것이다.
“인생의 스코어는 엉망이어도 친구들 덕분에 웃고 지나가니, 그 자체로 18홀을 잘 마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