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발은 보이지 않는다

20년 기타 도전기의 씁쓸한 결말(3)

by 장수댁 고양이

‘스쿨 오브 락(2003년 作, 잭 블랙)’은 나를 기타 키드(Guitar Kid)로 인도했다. 멋진 공연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것도 그 때부터다. 다만 당시의 난 엔터테인먼트의 한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시작은 집 근처에 있는 작은 기타학원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설 세뱃돈을 갖다바쳐 학원에 등록하고 검정색 베이스를 샀다. 기타와 베이스 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베이스가 4줄이라 쉬워보이기도 했고, 묵직한 저음도 좋았다.


다만 영화에서 봤던 화려한 공연과 달리 현실은 그렇지 못 했다. 왼손과 오른손을 한 음 한 음 짚어가며 손가락 트레이닝을 해야 했고, 몇 시간이고 계속되는 4/4박자 메트로놈 소리에 이명이 들릴 지경이었다.


기초의 중요성도 몰랐던 때라 실력이 안 늘어 2달만에 통기타로 바꿔보기도 했다. 기타는 달라졌지만 난 그대로였고, 3개월쯤 지났을 때 학원은 자연스레 그만두게 됐다. 그 후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도 간혹 기타를 잡을 일이 있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2012년 봄, 급여를 받기 시작하면서 난 다시 기타로 눈을 돌렸다. 이번엔 통기타가 아니라 일렉기타다. 지금은 칠순이 다 되신 조 새트리아니 옹의 연주를 따라하고 싶었다. 다만 새트리아니의 가장 쉬운 곡도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도 스무살이 넘어서는 기초와 반복 연습의 중요성을 인지하긴 했다. 해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 문제는 연습만 했다는 점. 연주와 연습의 그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 했고 점점 지쳐갔다.


지쳐간다는 자각은 있었는지 ‘뮬질’을 시작했다. ‘이 기타를 사면 기타라이프가 좀 더 살아날 거야’ 같은 허황된 꿈이 있었다. 중고거래로 10대 정도의 기타를 바꿔봤는데 결국은 손이 중요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랄까.


그 과정에서 기타 가격도 계속 올랐고,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뮤직맨의 커틀라스 싱싱싱 모델 새 제품을 당시 260만원에 샀다. 그리고 일렉기타는 진짜 마지막이 됐다. 커틀라스는 지금 친형이 간간이 치고 있다.


기타 바람은 결혼 3년차에 다시 불었다. 생활이 어느정도 안정되니 ‘인생 취미’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꾸준하게 했던 취미가 글쓰기와 기타 정도였고, 와이프는 나보다 어른이었다. 또 기타는 질리도록 해봤으니 이제 베이스가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도장크랙이 있는 사이어의 패시브 베이스를 35만원 주고 샀다. 그리고 1년여간 교본을 보며 나름 꾸준하게 연습해 슬랩 연주도 간단하게나마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연습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혼자서도 멋지게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을 보며 그렇게 되길 꿈꿨지만 난 그러지 못 했다. 그저 포기하고 재도전하기를 반복했을뿐.


요즘도 가끔 악기 연주 영상을 본다. 눈을 감고 의식의 흐름대로 노래하듯 손을 움직이는 그들의 연주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한 편으론 무대의 뒤편을 상상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었을까.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쿨 오브 락은 분명 수작이고 지금봐도 재밌다. 다만 영화에선 학생들이 연습하는 장면을 몇 컷의 화면과 신나는 노래로 퉁 쳐버린다. 나는 그게 엔터테인먼트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편집된 영상은 백조의 아름다움은 보여줄 수 있지만 수면 아래의 처절한 몸부림은 담을 수 없다.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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