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 많은 미니멀리스트 7년차의 현실(5)
아무것도 없는 빈 방 바닥에 누워 있으면 기분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가진 게 없지만 괜찮을 것 같은 느낌. 사람들이 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면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우리집엔 책상이 두개다. 하나는 내 것이고, 하나는 와이프 것. 와이프 책상엔 노트북과 모니터, 필통과 스탠드가 올라가 있고, 내 책상은 노트북 하나만 올라가 있다. 밥을 먹을 때는 내 책상에서 같이 먹는다. 노트북을 살짝 밀어두면 되기에 그게 편하다.
가끔은 화면이 더 컸으면 좋겠고, 여러가지 책상 오브젝트가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지만 가급적 늘리지 않으려고 한다. 번듯한 이유가 떠오르진 않는데 “답답하지 않다”는 안 될까.
책상 위에 아무것도 두지 않으려는 습관을 가진지 이제 7~8년 됐다. 처음에는 책상 위를 치웠고, 서랍장을 비우고, 침대까지 치웠다. 책상만 남은 넓은 방에서 요가를 했다. 빈방에 적응했을 무렵 미니멀라이프는 방 밖으로 향했다.
당시 살던 본가 찬장에는 그릇이 너무 많았고, 언젠가 쓸 거라며 수년씩 묵혀뒀던 샴푸나, 영양제 등도 박스 단위로 나왔다. 야금야금 비웠다. 한 번에 많이 버리면 안 된다기에 허락을 구하고 했지만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셨다. “나도 갖다 버려라.”
비우는 게 미니멀라이프라고 생각했다. 빈 공간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에너지에 취했을지도 모른다. 버리고 또 사기를 반복했다. 옷이 너무 많아 한 번에 왕창 비웠다가 스멀스멀 채워지던 게 수차례. 어머니는 “버리고 또 사는 게 미니멀이냐”며 나무라셨지만 내 귀엔 잘 들리지 않았다.
“책상 정리를 잘 해서 좋다”던 와이프와도 같은 이유로 갈등을 빚었다. 집에 침대를 둘지 말지 결정하는 일부터 그릇과 숟가락, 젓가락 개수를 두고, 안 입는 옷 좀 버리라는 이유 등으로 다퉜다. 내가 아내보다 말을 잘 하기에 대부분은 내가 이겼지만, 아내의 선택이 옳았던 때가 많아 방향을 틀기도 했다.
결혼 5년차가 되면서는 와이프도 미니멀라이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서 20평에서 13평 남짓한 빌라로 이사를 온 터라 짐으로 발 디딜 틈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사하기 전에 75L 열 봉지는 버렸지만 여전히 짐은 많았다. 해서 또 버렸고 지금은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어 둘이 요가를 할 수 있게 됐다.
요즘도 장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쌓아두고 비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고 느끼는 건. 빈 방에 누워 바라본 천장이 꽤 괜찮기 때문은 아닐까.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