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컨트리 소녀를 그리워한다

소녀감성과 테일러 스위프트(4)

by 장수댁 고양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long live>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뜻을 잘 모르고 들었을 때도 그 감정이 느껴져서 좋았고, 의미를 알게 됐을 때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름다운 순간이 영원히 남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변덕이 죽 끓는 성향이라 좋아하는 가수도 자주 바뀌고 깊게 빠져도 팬덤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해서 멋진 가수와 밴드들을 많이 디깅했지만 테일러 스위프트 노래는 여전히 플레이리스트에 있다.


테일러의 노래를 왜 좋아했었나 곱씹어보면 당시 내겐 소녀 감성이 있었다. 특히 <Enchanted>가 그랬다. ‘Please don't be in love with someone else(제발 다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지 말아 주세요).’ 이런 가사는 그 때의 테일러만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지만 말도 못 거는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고나 할까.


그 때는 혼자 조용히 책상에 엎드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가사에 집중했다. 말을 걸 용기는 없었고, 감정을 주체 못했으니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통기타와 어우러지는 풋풋한 목소리가 좋았고, 가사도 상투적이지 않고 현실적이었다. 금발 장신의 소녀가 작사와 작곡까지 한다니 이런 아티스트가 또 있을까. 띵가띵가 울리는 통기타 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누워있으면 그렇게 좋더라.


고등학교 2학년 때를 기억한다. 진주의 기숙사에 있던 겨울이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내한을 왔다는 게 아닌가. 다만 돈도 없고 서울까지 갈 방법도 없었던 내겐 그림의 떡이었다. 결국 침대에서 노래를 듣는 걸로 만족해야 했지만, 테일러는 내가 서른 둘이 된 지금까지도 내한을 오지 않았다.


학창시절을 테일러와 함께 자랐지만 사실 테일러의 모든 곡을 좋아하진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건 컨트리 소녀 때 앨범뿐이다. 그 마지노선은 2012년에 발매된 정규 4집 <RED>라고 생각한다. 2년 후 나온 <1989>부터는 팝 색체가 강해져 찾아 듣지 않게 됐다.


그녀는 이제 팝아티스트에 가깝다. 사람들은 그걸 두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호불호가 갈리는 컨트리에서 다수가 좋아하는 팝으로 바꾼 덕에 지금과 같은 명성을 쌓게 됐으니. 난 테일러가 먼 훗날에도 마이클잭슨처럼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가수로 남으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여전히 과거의 노래만 있다.


글을 쓰면서도 테일러의 <Everything has changed>를 듣고 있다. 이어폰 넘어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풋풋하고 산뜻하다. 어쩌면 내 안에는 여전히 그때 소녀 감성이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노래 제목처럼 변하지 않는 건 없다. 다만 모든 게 변하는 것처럼 보여도 변하지 않는 것도 분명하게 있다고 믿는다. 수십년이 지나도 컨트리 소녀의 노래를 찾을 나처럼.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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