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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Mar 24. 2024

중년, 불면증이 있으세요?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_마리나 벤저민

화창한 봄날. 햇살이 따뜻하니 기분이 설렌다고 할 줄 알았겠지만 잠 못 자면 이런 게 무슨 소용인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듯이 금강산도 수면후경이라고나 할까. 아직은 완전히 갱년기에 들어서지 않아서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잠을 못 이룰 때마다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준 책을 다 읽었다. 아쉬운 마음에 리뷰는 남기기로 마음먹었는데 요즘 글을 안 쓰다 보니 시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글은 자주 쓰나 쓰나 시작하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지만.


가족들 다 쿨쿨 자는데 나 혼자 못 자고 있을 때 심정. 엄마가 되고 나서 너무 자주 있는 일이라 이제는 그게 일상이 되었지만 나 혼자 또 피곤하겠구나 하는 억울한 마음은 여전하다. 결혼해서 임신했을 때부터 2시간에 한 번씩 깨서 화장실 가고 했던 게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출산과 노화로 인해 자다 깨서 화장실 가는 것은 피해 갈 수 없을 듯하다. 약간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아이 이불 덮어주려고 무의식적으로 꼭 한 번은 일어난다.

불면증은 단순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 부재하는 무엇인가를 쫓는 추적의 문제가 된다. 불면증은 사라진 잠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위를 수반한다. 다시 말해서 불면증은 갈망의 상태다. (p23)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욕망하는 일이자 욕망에 사로잡힌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p24)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은지 잠에서 깼을 때는 정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끝나질 않는다. 저자가 말하듯이 어둠과 고요함 속에서 무엇인가를 계속 갈망하는 괴물이 되어버릴 것 같은 시간이다.

불면증에 걸리면 나라는 섬은 밤이라는 바다 위로 떠오르고, 침대는 견고한 뗏목이 되며, 어둠은 섬의 해변에서 찰싹 인다. 쿨쿨이(남편)는 내 곁에 있지만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기도 하다.(p75)

그녀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자신을 '섬'에 비유한 것이 굉장히 공감이 가고 딱 맞는 비유라고 생각했다. 혼자만 자지 않고 깨어있는 밤에는 어둠 속에서 몽환적인 고독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밤으로부터 강제 분리되고 안식으로부터 차단당한다. 내가 쿨쿨이에게 손을 뻗는다 한들, 그를 찾을 수 있을까?(p76)

옆에서 코 골며 혼자 잘 자는 남편을 보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는데 그 상황을 저자는 이렇게 멋있게 표현을 하다니. 역시 글 잘 쓰는 작가는 표현력이 남다르다!

3월의 아침, 1920, 니콜라이 아스트루프    [출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연결고리|작성자 전애희

그녀는 니콜라스 아스트루푸라는 노르웨이 화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아스트루프는 평생 천식에 시달렸기 때문에 밤마다 숨쉬기조차 버거웠으며 악몽에 시달려 잠들 수 없었다.(p214)

잠들 수 없는 괴로운 삶을 살면서 저렇게 색감이 살아있는 그림을 그리다니. 어쩌면 그림 그리는 행위만이 그를 살아있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마리나 벤져민은 여러 작품과 예술가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비교하며 이해하려는 과정을 글로 쓴다. 길고 긴 밤을 그녀는 명상하듯이 글을 쓴다고 한다. 나만 못 잔다고 억울해하지 않고 웃으며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녀같이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여러 예술가의 정신이 나를 위로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어쩌면 홀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 시간이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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