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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주피 Dec 02. 2020

번호로 불.린.다.

사형수 042

코테가와 유이가 쓴 '사형수 042'란 만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출판된 건 2003년과 2007년에 두 번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마 처음 듣는 분이 많으실 것 같구요.  


사형수 042


이 만화는 7명을 죽이고 사형 판결을 받은 사형수 042호가 사형제 폐지를 앞두고 한 실험에 채택돼 분노 수치가 일정단계 이상 올라가면 터지는 칩을 심을 채 고등학교에서 봉사노동을 하는 상황을 그렸습니다. 042호라 불리는 사형수를 통해 사형제도에 대한 한 이야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사형수로 인해 변화하고 사형수도 주위 사람과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삶과 죽음 그리고 특히 '사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물론 20년이 다 된 작품이라 배정학교가 여고라는 설정 등 요즘 성인지감수성에는 부족한 지점은 있지만요. 기회 된다면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만화로 시작한 이유는, '번호'로 불리는 사람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요즘 주목받는 프로그램이죠. jtbc에서 하는 음악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소개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 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신개념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무명가수라 소개하며 번호로 칭하는데요.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번호로 불린다는 건 저한테는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사람을 번호로 칭하는 건 제가 알고 있는 한, 앞에 예로 든 것처럼 죄수. 군대, 입시, 취업, 자격증 시험 등에만 한정된 걸로 있습니다.  


'000번 훈련병', '응시번호 00번' 등

물론 예전에는 응시번호 00번 OOO 이름까지 말했는데, 공정성을 위해서 블라인드 면접처럼 이름을 밝히지 않는 추세로 흐르고 있는데요. 모두 번호로 불리는 건 개인성, 개성을 지우고 관리를 위해서입니다. 사람의 물성만 남겨놓은 거라구요. 사람을 관리대상, 평가대상 등으로만 바라보는...


사형수인 042호도 '타지마 료헤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042호' 또는 '사형수', '살인마'에서 타지마 료헤이로 칭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과정에서 그는 사형을 앞둔 범죄자가 아니라 타지마 료헤이로의 삶을 조금이나마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자기도 사람들과 함께 사는 한 사람이라는 걸요.  사람됨.


이름을 부르는 행위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 중에서 하나의 사람이란 존재로 인정한다는 뜻이며, 누가 와도 대체 가능한 행인 1이 아닌 바로 그 사람이라는 걸 의미할 텐데요. 무명가수 OOO이나 OO호 ㅁㅁㅁ라고 이름을 같이 부르는 것과 단순히 무명가수, OO호 부르는 건 천지차이라 생각합니다.


싱어게인이 기회를 받지 못한 무명가수들에게 방송 출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인정하지만  (물론 기회에 대해서, 무명가수라고 뭉뚱그려 포함해 버리는 거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패스하구요)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번호로 불리는 설정은 정말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러 번호 중에 골라 이름을 밝힐 수 있는 권력을 심사위원들에게 부여한 것도 나쁘게 다가왔구요. '찐무명'조, '재야의 고수' 조 등 이런 구분 또한 누가 누구를 이렇게 평가해도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신 분들 중에는 제가 아는 분도 많고, 제가 팬이라 공연에 간 적이 있는 분도 있고, 한 기획사 사장님도 계십니다. 물론 많은 분들을 모릅니다. 이렇듯 분명한 기회는 맞겠죠. 하지만 가수를, 사람을 번호로 소비한다는 건 너무 자극적이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사위원을 만족시켜야만 OO호에서 본인이 된다는 설정. 누군가를 OO호로 부를 수 있는 권력을 만들고 손에 쥐어주는 제작진의 의도는 상당히 불쾌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만화 사형수 042 중 대사입니다.


"타지마 료헤이? 아.. 그 사형수 말씀이시군요? 그냥 042번이라 부르십시오. 죄수에게 이름 따윈 필요 없습니다."


오늘의 노래는 싱어송라이터 유하님의 '인부1'을 골랐구요. 가사를 조금 더 귀 기울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하 정규 1집 <젊은이>

유하님은 2013년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입상하면서 음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심사위원이었던 재주소년 박경환님이 연락해서 같이 음악을 해보자 해서 현재 박경환님이 운영하는 레이블인 애프터눈레코즈 소속으로 꾸준히 음악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ep <Eternity>, 올해 싱글 '낮과 얼굴'을 발표했습니다. 2018년에는 ebs와 Kocca가 함께하는 '올해의 헬로루키' 결선무대에 오르기도 했구요.


   유하 /  인부 1(듣기)



믹스테이프는 위 프그램에 출연한 가수들 중 제가 팬이라 자처하는 여러 분들 중 한 분의 노래로만 만들었습니다. 찐무명 조 56호로 소개된 '다린'님의 노래입니다. 믹스테이프는 앨범 버전으로 만들었구요, 라이브 등 다양한 버전은 아래 리스트에 링크 걸었습니다.


오늘의 믹스테이프(듣기)

다린 ep 1집 <가을>


  - 다린 / 소란스런 마음

  - 다린 / Maudie (인스타 live)

  - 다린 / 까만 밤

  - 다린 / Stood (미화당 live)

  - 다린 / 새(벨로주 홍대 consert live)

  - 다린 / 마음 (Studio live)

  - 다린 / 고백 (Diary Ver.) (벨로주 홍대 consert live) 

  - 다린 / 저 별은 외로움의 얼굴 (Studio live)

  - 다린 / 우리의 상아는 구름 모양 (stage FLO live)

  - 다린 / 13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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