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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이 Apr 23. 2023

SF영화에서 발견한 진리

현실은 허상이고 진짜 세상이 존재한다는 세계관 - <매트릭스> 

나는 SF 영화 마니아만큼 <매트릭스>의 촘촘한 비유와 상징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사실 <매트릭스> 1편이 나왔을 때,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꼭 봐야 하는 영화'처럼 연일 화제였기 때문에 보긴 봤지만, 어렵고 정신없고, 그래서 재미없다고 느꼈다. '역시 SF 영화는 나랑 안 맞아'라는 고정관념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었던. 


세월이 흐르고, <매트릭스> 후속 편이 나와도 나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2021년, <매트릭스 4>는 '달라진 나'에게 매우 구미가 당기는 영화가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영화의 진가를. 왜 <매트릭스>가 그토록 위대한 영화인지를. 


<매트릭스>를 관통하는 세계관이자, 이후의 수많은 SF 영화에 영향을 끼친 설정 중에 하나는 '현실은 허상이고 진짜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동양 철학과 매우 닮아 있지 않나. 특히 '고통은 허상이니 벗어나라'는 붓다의 말씀과.


명상을 시작하고, 실제로 고통에서 '벗어났다'라는 표현보다는 감정에 휘둘리는 일이 적어졌다(고 말하는 게 더 현실적이겠다). 어떤 불편한 감정이 일어날 때, 그 원인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회사를 그만두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불안함이 올라올 때, 그 불안함이란 '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입이 줄어들고 급기야 사라지면 어떡하지?'라는 부정적 상상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걸 자각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나는 불안해할 필요가 없지 않나. 통장 잔고의 미래는 아직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감정의 휘둘림으로부터 중심을 잡으면, 내가 현재 가장 충실하게 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해 나간다면, 통장의 미래는 매우 두둑해질 것이라는 희망은 덤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대체로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에 큰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감정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기 때문에, 현상과 감정을 분리해서 보는 눈이 필요하다. (그 눈의 힘을 키우는 게 수행이자 명상이다.) 그리고 현상은 결국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찰나일 뿐, 그 현상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갈 것인가는 지금 내가 그 현상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오직 현재를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매트릭스>에서 일상 속 토마스는 평범한 삶을 의미하고, 또 다른 세계의 네오는 깨달은 상태를 상징한다고 이해했다. 다 가진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불안과 감정적 고통을 겪는 토마스 VS. 진리에 도달한 이후 세상에 두려울 것 없는 신성한 정신력을 지닌 네오의 구도랄까. (티파니 VS. 트리니티도 마찬가지.) 그러한 관점으로 영화를 보니, <매트릭스>의 메시지는 이렇게 축약된다. "깨어나라!" 조금 길게 하면, "수행하라, 진리에 닿는 삶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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