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열면서 매달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꾸준히 전시를 이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도 벌써 11번째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매달 전시를 준비하다 보니 3월에는 5월을, 4월에는 6월 전시를 고민한다. 두 달 앞선 시간을 사는 것이다.
5월 전시는 콜라주 아티스트 논센소 작가님에게 전시 제안 메일을 보내면서 성사되었다. 4월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한편으로는 논센소 작가님과 전시 관련 내용을 상의하고 전시 포스터와 엽서를 제작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품과 어울리는 시가 떠올라 용기 내어 시인님에게 제안 메일을 보내게 되었는데, 작가의 작품을 보고 흔쾌히 수락해 주신 덕분에 전시 연계 북토크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님도 그날 독자로 참석해 주시기로 해 작품과 시가 있는 북토크가 성사될 수 있었다.
북토크를 앞두고 시인님의 인터뷰 기사를 모두 찾아 읽고 시집을 재독하며 질문지를 만든 후 메일로 미리 전달해 드렸다. 당일 진행에 필요한 큐시트도 미리 출력하고, 질문지를 보낸 이후에도 시집과 산문집을 재독하며 두 책이 연결된 지점들을 찾아 메모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 들어 자꾸만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어제는 대구의 한 서점에서 진행한 산문집 낭독회가 출판사 계정에 올라와 두 시간가량 진행된 북토크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다. 산문집을 낭독하고 독자와 대화를 나누는 시인님의 모습을 보며 며칠 뒤 있을 북토크 분위기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최근에는 산문집으로 북토크를 많이 하고 계셔서 시집을 중심으로 하는 북토크는 시인님에게도 오랜만일 것이다. 전시와 연계한 북토크도 생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거나 신경 쓰는 일이 있으면 꿈으로 이어진다. 평소에도 꿈을 잘 꾸는 편이지만 잠자리를 옮긴 뒤로는 꿈꾸는 일이 드물었는데 오늘은 북토크를 진행하는 꿈을 꿨다. 북토크 진행이 확정된 후부터 머릿속 방 하나에 북토크에 대한 생각이 늘 자리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꿈을 꾸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꾼 꿈은 최악의 상황을 보여줄 때가 많다. 부담이 커서였는지 꿈에서 북토크를 대차게 말아먹었다. 나 혼자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꿈에서도 ‘어?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의지로 멈출 수 없었다. 꿈에서 깨고 나서 꿈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살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꾼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꿈에서 최악의 상황을 겪고 나면 실전에서 잘 치르는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걱정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고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간다. 작은 독서모임부터 영화모임, 워크숍과 북토크 등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부담이 크지만 내가 가진 역량보다 넓은 품을 가진 시인님을 믿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갈 뿐이다. 매일의 열심과 용기와 믿음, 지금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202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