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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보보봉 Sep 17. 2022

종이책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

책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






내 친구들은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단톡방에 내가 책을 추천하면 좋아한다. 그러나 그게 책을 구매하는 것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출판계가 항상 불황이라고 하지만 신간은 꾸준히 나온다. 마치 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적지만, 책을 쓰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내가 책 판매율에 대한 통계를 직접 조사해본 것이라 아니라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렇지만 종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건 맞는 듯하다. 위에 내 친구들 사례만 봐도, 책을 빌려보거나 혹은 밀리의 서재에서 구독해서 읽어보지 종이 책을 직접 구매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책 가격이 비싸니까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지 않는 것일까? 책 대신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이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서? 책 한 권을 읽을 시간조차 없이 너무 바쁘기 때문일까? 어떤 이유 때문에 종이 책을 구입하지 않는지 한 번 알아보자.


   




1. 책을 둘 여유가 없어요.


저번 글에서는 집에 책이 잔뜩 쌓여있어도 계속 책을 구매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만약 내가 자취를 하고 있는 상황이면 무작정 책을 살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이사할 때마다 조금이라도 짐을 덜기 위해 책을 버리거나 팔았을 것이다.


책이 한두권 정도 있을 때는 짐이 되지 않지만, 여러 권 쌓일 정도로 많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 대형서점들 대부분이 지하에 있는가? 책을 여러 권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 페이퍼백인 영어 원서는 가볍지만, 우리나라 책은 5~6권 이상 되면 꽤 무겁다.


이사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책이 많아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김영하 작가가 지적한 바와 비슷하다. 끊임없이 집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책을 쌓아두는 사치를 누릴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동을 해야 한다면 무거운 종이책보다 전자책 리더기나 아이패드를 들고 전자책을 읽는 것이 훨씬 편하다. 적어도 아이패드 하나로 수십 권의 전자책을 살펴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전자책도 구매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책 자체가 종이책보다 조금 저렴하긴 하지만, 여러 권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비싸다고 느껴져 부담될 수 있다. 그래서 나타난 게 바로 구독형 플랫폼이다.






 2. 밀리의 서재에서 찾으면 다 나와~


예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밀리의 서재 관계자가 연설하는 것을 지켜봤었다.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매달 결제만 하면 만 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밀리의 서재는 생소했던 플랫폼이었다. 스타작가 김영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3>에 출연한 뒤로 김영하 작가는 매우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밀리의 서재는 그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요즘도 책 사러 서점가요?”라는 문구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언뜻 보면 공짜로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고 광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이런 광고에 반대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점과 출판계랑 상생한다는 플랫폼이 서점 뒷통수치는 문구를 내걸고 광고를 하다니! 논란이 일어나자 밀리의 서재 측에서 사과문을 올렸다.


그쯤에 밀리의 서재에서 김영하 작가를 포함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종이책으로 보내주는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가 발표했다. 이때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으로 나온 작품이 금년 5월에 출간된 『작별인사』였다.


팬층이 두터운 스타 작가들의 책을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으로 선정해서 먼저 선공개하고, 나중에 수정 보완을 거쳐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한다. 당연히 먼저 작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밀리의 서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어쨌든 밀리의 서재에 책이 많은 건 사실이다. 만약 서점에서 책을 한 권 발견했는데, 당신이 밀리의 서재 회원이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은 밀리의 서재에 검색해서 책이 있는지 확인할 것 같다.


밀리의 서재가 인기를 끌자 다른 전자책 구독형 플랫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구독형 시스템이 출판계에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전자책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사실이다.






3. 요즘은 웹소설이 대세!


웹소설 하나 잘 쓰면 대박 나는 세상이다. 문예창작과 학생들도 웹소설 창작법을 배우고 일반인을 위한 웹소설 창작 강의도 많이 있다. 그만큼 웹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많다. 나도 웹소설 읽기에 도전을 했지만, 완독을 한 작품은 없었다. 종이책에 익숙해져서 폰으로 글을 읽는 게 익숙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웹소설은 다 읽기에 분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분량이 책 한 권으로 끝나는 웹소설을 본 적이 있는가. 찾아보면 있겠지만, 나는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만큼 웹소설은 종이책으로 나오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다.


사람들은 웹소설을 스마트폰으로 읽는다. 스마트폰으로 카톡이나 웹툰, 짧은 글은 많이 읽어도 무리가 없지만, 어렵고 긴 글은 읽기가 힘들다. 만약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스마트폰으로 읽는다면 어떨까? 문장도 길고 수식어도 많아, 종이책보다 훨씬 집중이 안 될 것이다.


웹소설은 마치 웹툰의 컷을 글로 설명하는 듯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웹소설에는 의성어가 많이 쓰인다. 예를 들면,  웹소설에서는 ‘나는 문을 두드렸다’라는 문장에 '똑똑-'을 추가한다. 분명 웹소설도 문학의 한 종류인데 왜 종이책으로 접하는 문학 작품과는 다를까?


나와 반대로 웹소설에 익숙한 사람들은 종이책으로 나온 문학 작품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장이 쉽게 읽히지도 않고, 전개도 엄청 느리고,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작품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웹소설에는 ‘기다리면 무료’(기다무) 시스템이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무료로 소설을 읽을 수 있는데 굳이 종이책을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종이책으로도 출간되지 않는 웹소설도 많으니, 종이책으로 읽는 것보다 폰으로 스크롤 넘기면서 보는 게 더 낫다.






이상으로 종이책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를 내 나름대로 살펴보았다. 물론 개인적 의견이라 타당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종이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전자책 시장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다. 끝판왕은 유튜브나 틱톡이겠지만, 그건 출판시장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종이책이 잘 팔려야지 서점도 계속 유지를 할 수 있고 출판사도 양질의 책을 많이 낼 수 있다. 과연 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1867751/


참고 자료

이승우. “김영하 “출판계 가장 큰 도전은 책을 안 사는 것””. 연합뉴스. 2020.2.20

이윤정. "밀리의 서재, 전자책·종이책 정기구독 서비스 출시". 이데일리. 2019. 10. 01

김보현. "[인터뷰]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왜 김영하 작가를 비판했나". 비즈한국. 201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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