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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보보봉 Aug 19. 2022

책 덕후라도 취향은 다를 수 있다

각자의 독서취향에 대해서






예쁜 동네서점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혼자서 책을 읽는 사람, 책장을 둘러보며 재잘거리는 연인, 오랜만에 친구와 예쁜 서점에 놀러 온 대학생들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어쩔 때는 서점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책만 구매하고 나갈 때면, 우리나라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네서점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그 사람들이 무슨 책을 주로 읽을지 예상이 가능하다. SNS를 살펴보면 특정 문장을 찍은 사진을 보고 게시글을 올린 사람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럼 동네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은 주로 어떨까? 이번 글은 동네서점을 주로 찾는 독자들을 취향을 다뤄볼 것이다. 


물론 이 글은 글쓴이의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쓰인 것이니 모든 사람의 독서취향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재미로 쓰인 글이니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지 마시길 바란다.






1. 책에도 인디문화가 있다! 



멜론 차트 1위에서 100위까지 나온 음악보다 홍대입구에서 버스킹 하는 인디밴드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힙합으로 치면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래퍼가 아닌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을 올리는 무명 래퍼의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처럼, 베스트셀러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책을 즐겨보는 사람도 있다. 


독립출판물은 동네서점에서만 팔 수 있는 책이다(ISBN이 등록된 책이라면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도 입고를 할 수는 있다). 가끔가다 북페어에서 작가 스스로 본인이 쓴 책을 판매하니, 독립출판물은 책 제작부터 판매까지 작가가 공을 들인다고 볼 수 있다. 출판사의 간섭이 없고 작가 본인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독립출판물의 큰 장점이다. 


언뜻 보면 독립출판물은 출판사에서 정식 출간된 책 보다 엉성하고 사적인 본인 일기만 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존의 책에 적용된 규칙에 벗어나 독립출판물은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그대로를 보여준다. 정확한 문장, 논리적 흐름, 가독성 같은 글쓰기의 규칙에 어긋나는 책도 읽다 보면 작가만의 개성과 주장을 파악할 수 있다. 


아마 독립출판물을 애정 하는 사람들은 사회의 규칙과 압제에 벗어나 작가가 독립적으로 예술활동을 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기존의 주류에서 벗어나 나만의 예술을 하는 게 인디예술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2. 메마른 사회에 감성 한 잔



사회생활에는 감성은 쓸데없지만 책을 읽을 때는 다르다. 문장 하나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거나 혹은 차분해지는 게 얼마나 신기한가. 녹슨 기계에 기름칠을 하면 잘 돌아가듯이, 사막 같은 사회생활에 지친 우리에게 감성 한 잔은 다시 목을 축축하게 하는 소중한 물과도 같다.


에세이와 문학 중에 현실보다 더 건조하고 메마른 작품도 많지만,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책은 감성이 풍부한 작품들이 많다. 감성적인 책을 읽다 보면,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들 대신 책이 위로하는 것 같고, 나의 감수성을 이해해주는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책이 말랑말랑하고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비판하지만, 감성 에세이나 문학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나를 위로하는 게 나쁘다고 볼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에세이는 나와 같은 평범한 작가들이 쓴 책이 많이 나와서 읽기가 편하다. 읽기 어려운 책 보다 시간 날 때 간단히 책을 읽고 싶을 때, 혹은 독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어떤 책부터 읽을까 고민할 때, 에세이와 문학을 많이 읽는 것 같다.






3. 독서를 통해 부자가 되고 싶어.



인스타그램을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들 중에 성장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있다. 우리말 샘에 따르면, 자기계발(自己啓發)은 “잠재하는 자기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이란 의미로, 자기개발(自己開發)은 “본인의 기술이나 능력을 발전시키는 일”이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두 단어는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이 글에서 언급하는 독자들은 자기계발보다 자기개발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 


주로 이 유형의 독자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거나, 좀 더 쉽고 빠르게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한 저자의 비법을 읽고 그대로 실행하고 어려운 경제 용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인재들이 이 유형에 속할 것이다. 


동네서점에는 경제, 경영 책을 들여놓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간혹 가다 쉬운 경제책이나 유명인의 자기개발 에세이는 들여놓기도 한다. 






4. 사회를 바꾸고 싶은 사람들



내 경험에 따르면, 동네서점에서 만났던 대다수 손님들과 사장님들은 사회문제를 다룬 책을 좋아했다. 여성들을 차별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사회가 용인하는 정상적인 인간상에 대한 반박 하며 벽장문을 열지 못했던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책이 최근에 많이 출간되고 있다. 


유독 약해 보이는 존재에 대해 측은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앞에서 언급한 책들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쌍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고 혀를 찰뿐이지만, 이 사람들은 그들을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불쌍한 사람 한 명을 직접 돕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 사람들을 더 이상 불쌍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고민한다. 이러한 고민이 사회문제를 책을 편찬하는 데 첫걸음이 된다.


동네서점 사장님들 중에 사회 부조리에 반대하고 젠더·인권 감수성에 예민한 사람들이 많다. 서점 안으로 들어가면 젠더·인권 감수성에 관한 책이 맨 앞에 진열되어 있다. 


요즘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환경보호에 관련된 책이 많이 보인다. 인간만 소중한가?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물성 식재료와 제품을 거부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희생된 것들이 많다 보니, 환경에 관심이 많은 독자의 경우 소수지만 간혹 가다 인간을 혐오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래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으니, 사람과 동물 착취를 하는 것에 대해 최소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동네서점 사장님도 세상이 조금 더 작은 존재들을 품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류의 책을 판매하는 것 같다.






5. 무엇보다도 고전이 최고



어릴 적 부모님이 자식을 위해 세계문학전집을 주문했지만 자식들은 눈길 하나 안 주는 경우가 많다. 고전이라고 하는 책들을 보면, 읽었다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는데 정작 책장을 넘기면 참을 수 없는 지루함과 어려움을 견뎌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 고전을 읽고 감명받는 경우도 있다. 


사후 70년이 지난 유명한 고전 작품은 번역본이 많아서 번역의 질을 따지는 사람이 많다. 번역가가 유명한 교수라면 묻고 따지지 말고 바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원문의 문장과 정서를 최대한 반영했는지 고려하거나, 한글 문법과 가독성을 철저히 지킨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보면 매우 까다로운 유형의 독자라고 할 수 있다. 


문학에 관심이 많은 동네서점 사장님은 혼자 읽으면 중도에 포기할 확률이 높은 고전 독서모임을 한다. 예를 들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딧세이아』, 플라톤의 『국가』, 단테의 『신곡』,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멜빌의 『모비딕』같은 어마 무시하게 두꺼운 책들을 모임 때마다 읽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책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저자의 고전 작품을 추천하기도 하니, 고전 덕후들은 “와, 이런 책도 읽었어? 짱이다!”라고 하는 주변의 반응을 종종 봐왔을 것이다. 그러나 고전이 요즘 감수성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선뜻 주변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작품을 권유하기 힘든 것도 있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어떤 유형의 독자에 속하는가. 같은 책 덕후라도 파고들어 보면 좋아하는 책 취향도 상당히 다르다. 에세이를 좋아하더라도 감성 에세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고전을 싫어해도 가즈오 이시구로 같은 현대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네서점에 방문하는 손님들도 서로 좋아하는 책이 다르다. 당신이 서점 사장님이라면 어떤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찾아오길 바라는가.






이미지 출처

Mikhail Nilov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978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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