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책을 구매해야 하는가
우리 집에 방문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놀란다. 집이 엄청 화려하고 넓어서 그런 건 아니다. 집에 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는 귀차니즘에 절어있는 인간이라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지 못한다. 거기다가 동네서점을 다니면서 한 두 권씩 책을 구매하면서 어느새 책이 쌓여가고 있다. 언젠가 책을 중고서점에 팔거나 기부할 생각이지만, 막상 정리를 시작하면 책을 버리지 못해서 책이 도통 줄어들지 않는다.
무슨 돈으로 그리 많이 책을 구입하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이 많이 쌓인 이유는 내 소유욕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부모님께서 책에 대해서 관대한 태도를 갖고 있어 책 구입에 후한 지원을 해주시기도 하지만,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은 소유하는 내 성격상 읽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않고 서점에서 책을 구매한다.
내가 책이 집에 미친 듯이 쌓여 있어도 또 다른 책을 구매하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이 글에서 알아보자.
옛날에 알렉산드로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1권을 도서관에 빌린 적이 있다. 총 5권으로 나온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재미있었지만 다음 책인 2권을 읽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2권을 누군가가 빌렸는지 도서관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는 아직도 주인공 에드몽 단테스가 복수에 성공했는지 결말을 모른다.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는 인기가 많아서 도서관에서 빌리기도 어렵다. 운 좋게 책을 빌려도 누군가가 예약 대기를 한다면 대출기간 연장도 할 수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책을 도서관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책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손 때가 가득 묻은 표지에 너덜너덜해진 책날개…. 심한 경우 책에 밑줄이나 낙서가 발견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도서관에 나타나기를 기도하는 것보다 차라리 새것인 상태로 구매해서 마음 편하게 읽는 게 더 낫다.
나는 공부할 목적으로 보는 책은 천천히 읽는다. 평소에는 인상 깊은 부분에 귀 접기를 하면서 대충 읽지만, 꼼꼼히 읽어야 할 책에 적지 않은 밑줄을 치고 필기한다. 그만큼 책 상태가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도서관 책은 깨끗하게 읽고 반납해야 하니, 중요한 부분은 부분 복사해서 읽어야 한다. 언뜻 보면 책 값을 아낀 것 같지만 복사비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복사한 자료 이외에도 필요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 그럴 경우를 생각한다면 그냥 책 한 권을 구매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특히 국내 학술도서는 의외로 빨리 절판되는데, 바로 구매하지 않고 여유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면 정작 구매하려 할 때 재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된다고 하지만, 인기 학술서는 이미 대출 중이라 찾기 힘들다.
그리고 해외 도서의 경우 대학 도서관에서 신청할 수 있지만, 책이 기본 한 달 이상 지나야 들어온다. 대학원 재학 중일 때 내가 신청한 책들은 세 달이 걸려서 들어왔고, 그마저도 신청 횟수 초과라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책도 있었다. 이럴 거면 비싼 돈을 쓰더라도 구매하는 게 더 낫다.
도서관에서는 기본적으로 조용해야 한다. 독서실이나 열람실에서 있을 때처럼 책 넘기는 소리까지 주의할 필요는 없지만, 의도치 않게 큰 소리를 내면 눈치가 많이 보인다. 도서관과 같이 정숙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동네서점도 있지만, 대부분 서점에서는 소음이 있어도 너그럽게 넘길 수 있다.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주로 도서관에 과제에 필요한 책을 찾으러 간다. 단순히 재미있는 책을 읽으려는 유희적인 목적이 아니라,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가는 것이니 좋을 리가 없다. 논문에 필요한 자료들을 찾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 있을때 빨리 그곳을 빠져나오고 싶었다. 도서관에는 많은 책들이 있지만, 참고문헌으로 활용할 책을 담으면 더 이상 내가 빌릴 수 있는 책이 없다. 왜냐하면 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는 책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서점은 한 권이든 열 권이든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전공서적과 같이 내가 보고 싶은 책을 같이 살 수 있다. 한 번 구매하면 영원히 내 책이 되니, 굳이 도서관처럼 반납기한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에서 반납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연체료를 내거나 한동안 책을 빌릴 수 없는데, 서점에서는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일단 책을 구매하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다. 거기다 바로 읽지 않고 2, 3년 지나서 읽을 수 있다. 책을 처분하지 않는 이상, 구매한 책은 계속 내 곁에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글을 쓴 나도 도서관에 자주 방문해서 책을 읽었던 적이 많다. 절판 도서나 구하기 어려운 책은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도서관이 갑갑하다고 해도 발길을 끊을 수는 없다.
책을 구매하면 장점이 또 있는데, 바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게 지원을 할 수 있다. 책이 많이 팔릴수록 작가에게는 인세가 들어오고 잘하면 여러 번 중쇄를 찍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책 한 권을 구매함으로써 작가와 출판사의 발전을 위해 기여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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