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고 있는 아득한 별세계로 나를 초대해주오
시인에게
임정훈
시인이여,
당신이 살고 있는 아득한 별세계로 나를 초대해주오
빛이 달아나지 못하게 검은 이불을 덮어 두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무한히 공존하는
그 세계에 나를 살게 해 주오.
물결의 사소한 일렁임에도
폭풍의 거친 몰아침에도
깨지 않는 적막을 주오.
세상 만물이 제 이름을 두고
나날이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는
깨달음의 이유를 주오
그곳에 영원히 살고 있을
천 개의 눈과 손을 가진 관세음보살과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굴레 속에 갇힌 시지프스
오늘 밤도 당신의 세계로 건너가
그들을 마주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