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
재미있는 게 정말 많습니다.
보는 게 너무 많은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던 우리는 보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손가락으로 휴대전화를 꼭꼭 눌러서 사용하던 한.. 25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지요.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에 의해 누구나 손쉽게 연결하고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바쁘게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손끝 하나로 정보를 손쉽게 받을 수 있고 심심하고 무료한 사람들에게 꾀나 빠르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너무 빠져드는 힘이 강해서 우는 6개월짜리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정도이니 말이니까요. 어떤 이들에게는 스마트폰 영상이 육아의 반 이상을 대신할 정도라고 할 정도이니 말을 다 했지요. 엄마가 잠시 쉴 때도 칭얼대지 않고 가만히 앉아 엄마를 편하게 해 주고, 잠시 잠깐 아이가 보채고 할 때 한번 틀어주기만 하면 좋으니 말입니다. 또한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도 아이를 조용히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탐색하고 경험하며 배워야 할 어린 시기에 조용하기만을 바라여 뭔가에 의존하여 보기만 하고 가만히 있게만 한다면 과연 자라나는 시기에 바르게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을까요?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체가 주는 영향이 너무 강하기에 그것 없이는 더 이상 즐거움을 느낄 수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살아갑니다. 몸을 직접 움직여 화단을 가꾸는 일이나 산책을 하며 숲길을 매일 밟는 일, 혹은 가만히 앉아서 문자로 된 글을 읽으며 재미를 느끼기에는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매일 손으로 단순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봅니다. 뜨개질도 좋고요. 혹은 그림을 그리거나 손 글씨를 써 보는 일도 낫지 않을까 합니다. 가장 적극적으로는 운동을 권합니다. 걷기는 아무 준비 없이 내 몸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맨손체조도 좋고 스쾃도 단순하고 심플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그림을 그리면서 빈 화면을 메꾸는 일을 합니다. 그 그림을 그리는 동안 소박하게 영상을 담아 공유하며 사람들이 손으로 5분 10 가량 직접 그림을 그리길 원해서 이지요. 뭐 사실 대단하진 않지만 뭔가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손으로 하는 일을 시작하다 보면 그 일이 다음 행동과 연관이 되어있어 또 다른 손과 몸의 그리고 정신의 움직임을 요하는 일로 발전하게 됩니다. 뭔가를 먹을 때에도 오전 아침부터 너무 과하게 먹거나 건강에 좋진 않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이후 나머지 끼니도 때울 때가 많았습니다. 스스로가 먹는 것의 유혹에 참 약한데 손으로 하는 일이나 밖에서 산책으로 시작을 하게 되면 정말 간단하지만 그 행동의 시작이 하루를 좌우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만약 뭔가를 시청하기 위해 이날만큼은 스스로에게 부담 없이 '영화감상의 날'이란걸 정한다면 오히려 더 낫습니다. 왜냐하면 그 하루의 일정을 미리 정하였기 때문에 그 시간을 그냥 쓴다는 느낌보다는 '일정한 시간- 이유 있는 감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미 없이 시간 때우기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그냥 쇼츠 감상을 하면 왠지 모를 시간을 마냥 허비만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적게나마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손으로 간단히 시작할 수 있는 일들]
손으로 글씨 쓰기. 타자를 써볼 수도 있지만 손으로 글을 쓰다 보면 연필을 쥐게 되고 연필의 강약을 느끼면서 왠지 모를 정서적으로 좋게 그리고 느긋하게 바뀜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종이의 냄새와 그 종이의 표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마치 새 학기에 새 노트 겉 표면을 펼치듯이 그런 종이를 감상할 수도 있겠습니다. 뭐라도 좋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를 써도 좋고 하루의 일기나 일정과 관련된 것을 글로 간단히 써 보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림 그려보기. 빈 화면 한 틈을 채우듯 그렇게.. 잘 그릴 필요가 없습니다. 누가 보지 않기 때문에 전혀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지요. 그저 어린 시절 끄적거려 왔던 그런 캐릭터를 그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자주 소 근육을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좀 더 나은 큰 근육움직임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림에 여간 흥미가 없다면 손으로 할 수 있는 뜨개질도 좋을 겁니다. 가만히 머리가 정화되는 음악을 잔잔히 틀거나 라디오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게 되지요. 그림을 그리면서 그리는 대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익숙한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합니다.
화장실 세면대 닦아보기. 매일 손을 씻고 자주 이용하는 장소인 세면대. 이곳을 좀 청결하게 해 보면 이러한 닦는 행동이 좀 더 넓게 청소라는 행동으로 올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정말 게으르게 청소를 잘 못합니다. 하지만 마음먹고 세면대를 닦았더니 정말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꼈습니다. 뭔가를 닦는 일도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중 간단한 일이고 정교한 손을 움직이는 일이라서 더욱 정신이 정화됨을 깨닫게 됩니다.
다림질은 좋은 손 움직임. 다림질을 통해 옷감에 구겨진 것을 펴 봄으로서 일상이 펴지는 듯한 정리의 느낌을 받게 됩니다. 요 며칠 전 이곳 남아공 초등학교는 한국학교 아이들보다 좀 더 일찍 개학을 했습니다. 아이들 교복에 하나하나 양말까지 전부 이름 스티커를 다림질해야 했고요. 다림질로 아이들의 이름을 보며 바지와 셔츠 사이즈를 비교하는 과정이 사실 시간이 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아침마다 사이즈 찾고 비교하고 어수선하고 바쁜 오전 일상을 더 이상 상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림질 작업은 일상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었고 나의 정신 또한 단정하게 다림질해 주는 기분이 들어 추천하고 싶습니다.
작게 화초 키워보기. 씨앗부터 키우면 더 좋습니다. 씨앗에서 움이 터서 새싹이 나고 시간이 흘러 꽃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성스레 물을 주고 햇볕도 씌게 해 주면서 식물에 대한 신비로움도 느끼고 흙을 만지고 물을 만지는 과정의 기쁨을 더욱 안겨줄 수 있습니다. 화분은 매일같이 늘 들여다 봐줘야 하기 때문에 뭔가를 계속 관찰해 주고 신경을 써주게 마련입니다. 조금이라도 시들 거리 거나 통풍이 되지 않는 장소에서는 풀이 죽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봐주고 만져주는 자연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천천히 여유를 갖고 삶을 살아가게 하는 듯싶습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무한히 많습니다. 손으로 옷에 뭍은 보풀을 떼어낼 수도 있고, 아이의 손을 잡아줄 수 있고 여러 가지 따스한 일과 섬세하고 정교한 일을 손을 통해서 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할 수 있는 이러한 무수한 일들의 반복을 통하여 우리는 오늘 하루를 값지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손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해 하루를 기쁘고 뿌듯하게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요?
주어진 하루동안 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