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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맹 Jan 29. 2024

갱년기 미친 상황 해부

호르몬과 함께 하는 롤러코스터 여행

갱년기에는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몸과 마음에 전에 없던 증상들이 발생한다.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이 각각 감소되면서 별아 별 증상이 다 나타나는데 나는 요즘 이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고 정신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일단 여자로서 귀찮은 생리가 슬슬 마무리가 지어짐은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다. 열두 살에 시작해서 오십을 넘길 때까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매달 꼬박꼬박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그런데 이 고통의 끝에 또 다른 불편을 맞닥뜨려야 함은 매우 억울하다. 35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달에 한번 몸속의 토마토 공장이 팍팍 터지는 것을 경험하고 이렇게 많은 피를 흘리고도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나갈 수 있음에 늘 놀라면서 살아왔다. 나는 워낙 건강한 사람이라 매달 귀찮긴 했지만 기나긴 월경의 시련을 별 탈 없이 잘 견뎌냈다. 주변에 보면 월경기간에 힘들어하는 여성들이 넘치고 넘치는데 나는 꿋꿋하게 아무 일 없이 잘 보내왔다. 그렇지만 늘 의아했던 것은 정말 이 많은 혈액이 몸에서 빠져나가도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것! 이 말은 즉슨 월경이 끝나는 이 시점에 나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헌혈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아닌가.(아, 두렵다. 이제 헌혈을 시작해야 하는구나...).


에스트로겐이 서서히 내 몸을 빠져나가면서 월경이 사라지는 것에만 그친다면 애도 둘이나 낳았겠다, 겸허히 자연이 내게 점지한 변화를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다. 한달에 한번 제어 불가능한 출혈을 멈추고 출산의 부담에서 해방된다니 손해 볼 것이 없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반갑지 않은 수많은 다른 변화들이 덧붙여따라오니 야속하기 그지 없다. 당하고 보니 에스트로겐 수치의 감소는 내 몸과 마음에 무시무시한 변화를 자아내고 있다.


우선 여러 가지 능력들이 짜릿한 하강선을 타고 곤두박질치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억력 상실은 여러 가지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켜 아주 저세상 스릴을 맛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뿐인가 안면홍조, 발한, 가슴이 두 방망이질 치는 것부터 시작해 감정변화 및 불면의 밤까지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가장 원망스러운 것은 뼈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쳐 골다공증까지 발생시킨 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냥 죽을 때까지 그냥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는 것이 낫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호르몬 바꿔치기는 영 공정하지가 않다.   


이 증상이 언제 시작되느냐는 사람에 따라 너무 다르기에 평균 연령을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천천히 감소하는 사람도 있고 감소속도가 빠른 사람들도 있는데 그에 따라 갱년기 증상이 얼마나 뚜렷하게 나타나는지도 다르니 이 증상을 퉁쳐서 말하는 것 역시 참으로 의미 없는 일이다. 이러한 퉁침이 가능하다면 의사를 찾아갈 필요도 없어질 것이요, 모두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칠 터인데 그렇지 않다 보니 갱년기 증상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사람들이 줄줄이 생기는 것이렸다.


남성에게도 갱년기는 존재한다.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로 짜증이 나고 울적해지고 불안감, 초조함, 이유 없는 피로감에 무력감까지 의욕 저하와 불면증이 나타나고 여성 갱년기와 마찬가지로 기억력의 감소가 급격해진다. 우리집 아저씨는 나와 나이차이가 꽤 나서 갱년기가 나보다 먼저 시작되었다. 뾰족한 성격이 더 뾰족해 지고 가지가지로 불안해 하는 성격이 더 불안해지기를 한동안 반복하더니 피로감을 끊임없이 토로했다. 다만 한가지 우리집 아저씨도 나도 강타하지 못한 증상은 불면증인데 우리는 둘다 매우 잘 잔다. 저마다의 톤으로 드르렁 드르렁 스태래오로 코골이를 해가며 손을 꼭 잡고 자기 시작해서 5분 후에 등을 팍 돌리고 침대의 양끝에 서로의 몸을 걸치고 따로 또 같이 꿀잠에 빠진다. 불면증의 반대로 겨울잠을 끝없이 자는 것도 갱년기의 한 증상이니 불면증이 피해간 것이 아니라 둘다 잠에 사로잡힌것인지도 모르겠다.


아 대체 자연은 왜 사람들의 호르몬을 말려서 이 사달을 내는 것일까. 사춘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남녀가 너무도 아름답게 변하기에 그 무렵의 근친상간을 막기 위함이란다.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2차 성징이 이루어 지는 시기에 성질을 까칠하게 만듦으로 서로서로 대면대면하게 만든어 근친관계를 방지시킨다는 매우 설득력 있고 근사한 이론이다. 나도 가끔 장성한 내 아들을 보면 자랑스럽고 멋지다는 생각을 하고 내 남편도 장성한 딸을 보면 너무 예쁘고걱정돼어 내년에 대학을 가면 장총을 사서 학교에 딸이랑 함께 출퇴근하겠다고 선언해서 우리 딸을 식겁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고슴도치 부모들이 이런 생각을 할터이고 왜 사춘기 무렵의 자식들이 부모만 보면 학을 띠고 피하려는지 단방에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갱년기도 사춘기처럼 이 기간을 지나쳐 가는 회원에게 좀 납득할 만한 이론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대체, 왜? 자연은 이런 기막힌 상실과 변화를 맞닥뜨리도록 우리의 인생을 기획하였는가? 앞으로의 글에서 이 갱년기에 대해 소름 끼치게 솔직한 내면의 여정을 그려보고자 한다. 젊은 독자들에게는 앞으로 마주치게 될 갱년기에 대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충실한 가이드가 될 것이고 지금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갱년기 동료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대를 선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으며 이 요망한 인생의 구간을 현명하게 보내신 선배님들께는 다 지나갔으니 얼마나 홀가분한가 하는 마음을 가지실 수 있게 된다면 나의 글쪼가리는 그 소명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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