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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 YOON Apr 19. 2022

애 안낳은 여자는 어른이 아닌가?

나는 이제 기대에 부응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정말정말 좋아하고 이뻐한다. 내가 어린이였을때도 아가들을 정말 좋아했다. 특히나 5세 미만 아가들한테는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간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애를 셋정도는 낳을 줄 알았다. 그러다 출산과 육아의 현실을 알고는 둘정도만 낳아도 충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 35살 전에 결혼을 했다면 분명 아이를 낳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일 임신해도 39살에 애를 낳게 된다. 요즘은 의술이 좋아져서 마흔 넘어서도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고는 하지만 아이는 건강할 지언정 산모는 거의 죽다 살아나는 걸 주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무사히 출산을 했다쳐도 끝없는 육아를 감당하기에는 체력이 많이 달린다고 한다. 아픈 곳은 더 많고 회복은 더 느리고...


물론 그 뒤에 아이가 주는 행복이 이 모든 것을 잊게 해준다는 말도 같이 덧붙이긴 하더라. 이 말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는다. 조카가 있는 입장에서 어느정도 감은 온다. 처음 언니가 임신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이나 설레었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조카의 선물을 골랐고, 조카와 2시간만 놀아줘도 진이 빠지지만 또 언제 이런 아가의 사랑스러움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만날때마다 최선을 다해 놀아줬다.


이렇게 아이를 좋아하다보니 주변에서는 더 늦기 전에 결혼해서 애를 낳으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결혼을 애낳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싶지 않다. 정말 아이만을 원한다면 사유리 처럼 싱글맘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사유리처럼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어쨋든 한 때는 정말 싱글맘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딱히 결혼 할 상대는 없는데 아이가 너무 갖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왠지 모르게 모성애가 치솟았던 적이 있다. 30대 초,중반이었던 것 같다. 이 때 쯤 주변에 결혼 한 친구들이 아이를 낳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자식이 없는 주윤발, 진회련 부부에게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해 언급했을 때 진회련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도 아이를 낳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건 가방을 갖고싶은 것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고 한적이 있다. 주변에서 모두 명품가방을 갖고 있으니 나도 하나쯤 가지고 싶다라는 욕구였던 것 같다는 말이다. 아이를 가방에 비유 한 것이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심리적 요인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감을 했다.


나도 가끔씩 문득 나의 아이를 갖고싶다라는 강한 욕구가 올라 올 때가 있다. 왜 이럴까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는데,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이고 그만큼 온 몸으로 엄마를 원하고 사랑한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평생 느낄 수 없는 감정이고, 가질 수 없는 대상인 것이다. 내가 아무리 조카에게 사랑을 주고, 원하는 것을 다 해준다고 해도 조카가 달려가 품에 안기는 것은 내가 아니라 언니인 것이다. 그런 대상과 감정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나만의 아이를 갖고싶다라는 욕구로 표출 되는 것 같다.


옛날 어른들은 아니 심지어 요즘 결혼한 내 또래 여자들도 간혹 이런 말을 한다. 애 안 낳은 여자는 나이가 많아도 철이 없다느니 생각이 짧다느니 이래서 애를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고 말이다. 마치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 된다 라는 논리처럼..  어떤 포인트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겠는데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그렇다고 애를 낳은 여자들이 성숙하고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본인 아이들 위주로 더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


아마도 직장 생활 할 때 결혼을 안 했거나 애 안 낳은 상사가 유부녀들의 고충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않고 배려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말들을 주로 하는 것 같은데, 애도 안 낳고 결혼도 안 한 직장인으로써 유부녀 동료가 이런저런 집안일 아이일을 핑계삼아 일처리를 제대로 못 할 때 그 뒷감당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도 그녀들은 회사가 눈치준다 부당한 대우 한다라고 한다.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게 애 낳은게 벼슬인가.. 애 안 낳은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없다. 물론 나도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들이 육아를 수월하게 할 수 있게끔 지금보다 더 복지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닥친 상황에서 나도 내 입장대로 생각하게 되는 건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다.


이제는 결혼도 선택, 아이도 선택인 시대가 왔다. 그런데도 이 사회는 여전히 애 있는 여자들도 불편하게 하고, 비혼/ 비출산인 여자들도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나라도 이 웃기지도 않은 사회 기준과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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