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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an 10. 2024

살 빼는 약? 효과가 클수록 조심해야 하는 이유

위고비.. 요즘 가장 핫한 살 빼는 약입니다. 주 1회 주사로 10~20%에 가까운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죠. 비만인 경우는 물론이고 정상 체중이지만 더욱더 살을 빼고 싶어 하는 사람들까지 몰려들어 품귀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고비의 가장 큰 문제가 주사를 중단하면 몇 주 내로 체중이 원상태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이는 위고비뿐만 아니라 모든 다이어트약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점이죠. 


여기서 사람들은 체중이 원상태로 돌아온들 다시 손쉽게 살을 뺄 수 있다면 그게 무슨 대수냐 싶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현재 비만은 수많은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만병의 근원쯤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오로지 지방조직의 양과 분포 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만, 여기에는 지금까지 학계가 놓치고 있었던 거대한 missing link가 존재합니다. 


현시대 대부분 사람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지방조직이 수많은 환경오염물질들로 완벽하게 오염된 상태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호모 사피엔스는 가장 다양한 환경오염물질들로 오염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는 발암물질, 중금속, 농약, 환경호르몬, 미세플라스틱.. 모든 것이 다 포함됩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이런 오염물질에 노출되면서 살고 있는데, 그중 특히 지용성이 강하고 잔류성이 높은 종류일수록 지방조직에 축적됩니다. 제가 늘 보이지 않는 방안의 거대한 코끼리 몸통이라고 부르는 놈들이죠. 


인체라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런 오염물질들을 지방조직에 축적하는 것은 일종의 방어기전입니다.  만약 지방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오염물질들이 체내로 들어오면 다른 주요 장기들에 축적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도달가능한 장소가 인체에서 지질함량이 최고로 높은 장기인 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방조직에 축적된 수많은 오염물질의 존재는 반박이 불가능한 명백한 팩트입니다. 또한 지방조직에 축적된 오염물질들은 항상 그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원으로 지방이 사용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극소량씩 혈중으로 흘러나오게 됩니다. 즉, 지방조직이 있다 하더라도 극소량은 계속 다른 주요 장기에 도달하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문제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건강한 유기체는 이런 오염물질들에 대한 기본적인 대응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고 그 외에도 혼합체와 비선형성과 같은 복잡한 이슈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오염물질들에 대한 기본적인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유기체가 대응할 수 있는 양보다 과다한 양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경우에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상황이 바로 (1) 비만 (2) 체중감소입니다. 


비만을 만병의 근원으로 보는 현 패러다임 하에서 본다면 비만과 체중감소는 완전히 정반대 상황입니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살을 빼야 하니까요. 그리고 체중 감소 후 많은 임상지표들이 즉각적인 호전을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체중감소에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기 힘듭니다. 그러나 지방조직에 축적된 오염물질의 관점에서 본다면 비만과 체중감소는 혈중으로 유리되는 오염물질의 양을 증가시킨다는 동일한 결과로 이어지며, 이로 인한 문제가 드러나는 데는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복잡한 상호 관련성이 현 패러다임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수수께끼와도 같은 많은 연구결과들을 설명할 수 있는데, 혹시 의료계 종사자 중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지금 링크하는 논문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현시대 대부분 연구자들은 지방조직 내에 축적된 수많은 환경오염물질들의 존재를 까맣게 모른 채 오늘도 불철주야 연구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지방조직을 지방세포와 혈관 등으로 이루어진 순수한 조직으로만 상상하면서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투입하여 최첨단의 기술로 연구한 후 그 결과를 Cell, Nature, Science와 같은 탑 저널에 발표하고 있죠. 그리고 그들의 연구 결과는 위고비와 같은 다이어트약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요.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 연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빅데이터 연구는 현 패러다임하에서 수집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가지고 현란한 통계분석기법이나 수리모델링을 적용하는 일에 불과합니다. 동전의 뒷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수집된 데이터는 그 양이 아무리 많아진다고 해도 본질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논문을 위한 논문만을 양산할 뿐입니다. 수백만 명, 수천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빅데이터 논문들이 NEJM, Lancet, JAMA 같은 저널에 줄지어 발표되었고 앞으로도 되겠지만, 연구자들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한 사람들의 건강은 점점 더 나빠지는 방향으로 진행될 겁니다.   


지금쯤은 왜 이 글의 제목이 “살 빼는 약? 효과가 클수록 조심해야 하는 이유”인지를 다들 이해하셨을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쉽게 살을 빼는 약일수록 위험한 이유는 (1) 체중감소 시 혈중으로 유리되어 나오는 환경오염물질의 양은 체중감소량과 정비례하며 (2) 다량의 체중감소와 체중증가를 반복할수록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감염병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여 그 동안 코로나 사태를 비판하는데 올인했습니다만, 사실 제가 이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위에 언급한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올린 글에서 그렇다면 현실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하여 이미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글에 내용들이 흩어져 있는지라 다음 글에서는 다시 한번 체중감소를 원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에 대하여 요약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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