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스타틴을 둘러싸고 유튜브에서 의사들 간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 듯 하더군요. 각자가 수많은 논문들을 인용하면서 한쪽에서는 스타틴을 둘러싼 모든 논쟁을 음모론으로 일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의사들이 스타틴에 영혼을 팔았다면서 비난합니다.
이 논쟁의 핵심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존재합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의 구성성분이자 각종 스테로이드 호르몬 합성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으로 약 80%가 간에서 합성됩니다. 지구상 어떤 생명체도 낮추면 낮출수록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애써 ATP 사용해 가면서 합성하는 생명체는 없습니다.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내는 거죠. 따라서 콜레스테롤은 결코 낮으면 낮을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들이 콜레스테롤을 낮추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많은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연구결과>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총사망률의 경우 콜레스테롤이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들 모두에서 사망위험이 높아지고 오히려 중간 정도 수준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은 비선형성을 보입니다만, 관찰역학연구에서 보이는 이런 결과들은 소위 역학연구에서 피할 수 없는 바이어스의 결과물이라고 해석해 버리고요.
그렇다면 콜레스테롤이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에서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패턴을 보였을까요?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점은 없을까요?
그동안 이 브런치에서 <방안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코끼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이 코끼리 몸통으로 인체 지방조직에 저장된 지용성이 강한 수많은 환경오염물질의 존재를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환경오염물질들은 지방조직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혈중으로 흘러나오게 되는데, 혈액 내에서 이들을 운반하는 주요 수단이 바로 다양한 지단백(lipoprotein)들입니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지단백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이들은 지방조직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환경오염물질들로 오염된 상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비만의 문제를 두고 오로지 지방조직이 많은가, 적은가만 따지고 있으면 오류듯,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치를 두고도 오로지 이 수치가 높은가, 낮은가만 따지고 있으면 그것도 오류입니다.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에 반드시 필요한 콜레스테롤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중성지방과 달리 이 환경오염물질들은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와 만성염증과 같은 병리적 변화를 야기합니다. 따라서 이 놈들이 현재 콜레스테롤 혹은 중성지방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고 있는 질병들의 보다 근본 원인일 가능성을 두고 시급히 연구를 시작해야 합니다만,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연구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한 건강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라는 LDL과 건강에 좋은 콜레스테롤이라는 HDL도 환경오염물질의 관점에서 재정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이라는 필수불가결한 성분을 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LDL은 동시에 각종 환경오염물질들을 세포로 전달하는 역할도 함께 합니다. 즉, LDL수치가 높으면 평균적으로 세포로 전달되는 환경오염물질 절대량도 많아지고 LDL수치가 낮아지면 그 절대량이 적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건강에 좋은 콜레스테롤이라는 HDL 역시 각종 환경오염물질에 오염되어 있습니다만, HDL은 환경오염물질을 세포로부터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HDL에 실려서 세포밖으로 나간 환경오염물질들은 간으로 가서 담즙을 통한 배출의 경로를 밟게 되고요. 그런데 콜레스테롤이란 간에서 담즙을 합성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성분으로, 콜레스테롤이 없으면 담즙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즉, HDL은 담즙의 전구체인 콜레스테롤과 함께 담즙과 함께 처리되어야만 하는 환경오염물질을 동시에 간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입니다. 따라서 HDL이 높은 사람들은 환경오염물질의 배출이 원활한 사람들이고 낮은 사람들은 배출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콜레스테롤이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임을 고려한다면 스타틴이든 뭐든 콜레스테롤 합성을 막는 것이 주작용인 약은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LDL을 통하여 세포로 전달되는 환경오염물질 양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LDL 치는 낮으면 낮을수록 더 도움이 될 것이고요. 그렇다면 LDL 콜레스테롤을 낮출수록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이 낮아졌던 그 수많은 무작위배정 임상시험들은 LDL 콜레스테롤이 낮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LDL 콜레스테롤을 통하여 세포로 전달되는 환경오염물질의 양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은 어떨까요?
비만에 대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과 같은 지질과 관련된 연구들도 그 어떤 연구방법론을 사용했든지 현시대 연구들은 동전의 한 면만 보고 있는 반쪽짜리 연구들일 뿐입니다. 우리가 가진 이성의 힘으로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던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하고, 현재 우리 앞에 놓인 과학적 증거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틴의 경우 여전히 흥미로운 약제인데, 왜냐하면 최근 스타틴이 이 브런치의 주제인 호메시스를 자극하는 약물로서 사용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듯하여 이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