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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un 14. 2023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글쓰기가 우울한 생활에 비타민이 되었습니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뽀개질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평생 날씬할 거라 생각했는데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김치와 밥을 폭식하면서 살도 찌고 건강마저 안 좋아졌다. 아들과의 갈등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다 망치고 있었다. 자그마치 6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아들은 충동조절이 안되고 게임에 과몰입되어 있다. 그동안 심리 상담, 정신과, 온갖 캠프 이것저것 다 시도했지만 아들의 변화는 지지부진하다. 


  견디기 힘든 갈등 상황이 반복되고 학교에 병가를 내기도 했다. 자식 잘 키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해 주시는 교장선생님의 배려로 2주 병가를 낸 기간에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또 다른 걸음이 시작되었다. 아들을 정신과에 다시 데리고 갈 수 있었다. 아들과 함께 약을 처방받았다. 4년 전 함께 약을 처방받았을 때는 약을 먹어야 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처방받아놓고도 먹지 않았다. 아들이 문제인데 내가 왜 약을 먹어야 되나 절망했다. 그리고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우울증 약을 먹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못난 선생이 될 거 같아서 그 무거움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긴 기간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나는 우울증 약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약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사실 효과를 잘 모르겠다. 감정이 좀 가라앉은 것 같기도 했다. 아들을 조금은 참고 견딜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했다. 플라세보 효과인지 약의 진정한 효과인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약을 먹으면 근무시간에 잠이 쏟아지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반복되었다. 약을 이리저리 조절해 보지만 해결은 안 되었다. 분명 약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약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진 않는다.


 그럴 땐 책도 읽어 본다. 

 문요한 선생님의 오티움 책을 읽었다.

 자기 삶의 즐거움과 기쁨의 원동력이 되는 활동, 단순히 재미로 하는 활동이 아닌 몰입해서 전문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활동을 하나 찾아서 만들라고 충고한다.

 그것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며 삶의 진정한 휴식이라고 말씀하신다.

 뭐가 나의 오티움이 될 수 있을까? 끈기 있는 인간인 줄 알았지만 긴 세월을 돌아보면 끈기 있는 인간이 못 되는지 관심 있는 영어공부도 하다 치웠고, 바느질, 독서 이것저것 손댄 건 많지만 늘 꾸준하지 못하고 맥이 끊기는 삶을 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내 오티움이 무엇일까?

 

 문득 내 오티움을 찾아야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마음에서 일었다. 아들이 6학년일 때 너무 힘들어서 브런치에 이 글 저 글을 적어두었다. 그땐 작가 신청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작가란 말이 나한테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글쓰기에 큰 자신도 없었다. 꾸준하지 못한 내가 일기 쓰기는 꾸준히 해 온 편이다. 하지만 일기 쓰기와 글쓰기가 어찌 같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자석에 이끌리듯 정말 기대 하나 없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서랍 속 글은 2,3년 지나서 먼지가 쌓인 것이었고, 학교 다닐 때 독후감 쓰기에서 몇 번 상을 타 본 적은 있지만 글 잘 쓰는 애들을 늘 동경하고 부러워했었기에 기대가 없었다.


  업무 관계로 메일을 열었다가 생각지도 않은 메일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잘못 온 게 아닌가 했고, 두 번째는 나도 오티움이 생기나 기뻤고, 세 번째는 무슨 글을 어떤 주제로 테마를 묶어야 되나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을 내야 되는데 뭘 써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글을 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그 정도로 기대가 없었다.

  삶을 되돌아보면 항상 기대하는 것은 기쁨을 주지 않고 기대하지 않은 것은 뜻밖의 행운을 주더니, 기대하지 않았더니 합격했고 아쉽게도 합격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기억이 없다. 아무튼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라이킷 해주시는 분들의 브런치를 따라 들어가 보니 독자가 어마어마했다.

  아무런 마음 준비도 없다가 하루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보니 어떤 집을 짓고 어떤 물건으로 채워야 될까 고민이 되었다.

  브런치가 원동력이 되어 글을 쓰겠다는 목표가 생겨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글쓰기가 과연 나의 오티움이 될 수 있을까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글쓰기 덕분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고 늘 내 마음속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아들의 영역에 글쓰기가 조금 들어서게 되었다. 우울증 약이 본 치료약이라면 글쓰기는 건강에 보탬이 되는 영양제쯤은 된 느낌이다.


  모든 개인은 다 나름의 살아온 역사가 있다. 삶의 궤적을 진실한 스토리를 풀 수 있다면 다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런데 내 스토리는 과연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만 읽기 위한 글이 아니라 글을 읽는 분에게 조금이라도 가치와 의미를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정말 작가는 아니지만 브런치가 작가라는 타이틀을 주었기에 타이틀에 누가 되지 않도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는 내 삶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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