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도 여행 같이 가자. 응.
안아주기 30번
여행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방학이 시작되고 다음날 여행을 가기로 계획했습니다. 큰아들은 가지 않겠다고 했지요. 그래서 2박 3일 일정을 1박 2일로 변경했습니다. 큰아들을 2박 3일이나 혼자 두면 밥 문제도 해결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달도 한두 번이지 메뉴도 한정되어 있고 조미료 한가득일 음식을 2박 3일 먹이기가 마음이 꺼려졌습니다. 남편에게 부탁해 1박 2일로 일정을 바꾸었지요.
그런데 여행을 떠나기 전날 아들이 갑자기 같이 가겠다고 했습니다. 숙소를 다시 알아봤지만 반나절을 남겨둔 상황에서 4명이 묵을 방을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3인방에 네 명이 묵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찌 됐든 아들이 함께 해서 기대와 걱정이 함께 몰려오는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입니다. 걷기 싫어하고 땀이 많아서 여름 여행을 싫어하는 아들이 과연 잘 견딜지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안 따라간다고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들의 화와 짜증을 잘 받아낼 수 있을지 아직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오기로 결정을 했으니 짐 준비와 함께 화내지 않고 받아주기, 아들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고 흘려보내기, 다독이고 이해하기 등의 마음의 준비를 더 철저히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새벽 6시 44분 기차를 타기 위해서 아들들을 일찍 깨웁니다. 늦잠을 자던 작은 아들도 벌떡 일어나 준비를 합니다. 자차를 이용할 때는 엄마 가방에 짐을 넣었던 관계로 아들은 자신의 짐을 챙기지 않겠다고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엄마 짐만으로도 벅차다는 걸 이야기하고 본인 가방에 짐을 넣기를 부탁합니다. 투덜거리긴 했지만 아들은 짐을 챙깁니다.
기차를 탔습니다. KTX 기차 좌석에 붙은 말이 예사로 느껴지지 않는 하루의 시작입니다.
'마음을 잇다'
이번 여행이 아들과 마음을 잇는 시작이 되기를 희망하는 기대를 품고 대중교통과 함께 하는 부산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35가 넘는 폭염 속의 부산 여행은 어른인 저에게도 고행이었습니다. 목에 감은 수건을 식당에서 밥 먹는 동안 말리려고 내려놓지만 바짝 마르지 않을 정도로 땀이 많이 나는 이틀이었습니다. 너무나 더운 날씨이니 땀이 많은 아들은 물론 짜증도 냈습니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도 많았고, 아들의 화를 식히기 위해 커피숍에서 빙설도 먹고 음료도 먹고 나면 화는 금방 가라앉았습니다.
아들이 걱정돼서 2일째 기차표를 빠른 시간으로 변경하고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아들은 끝까지 일정대로 따르겠다고 합니다. 아들의 작은 변화에도 저는 너무 기쁩니다.
여행하는 동안 아들은 세 번 정도 웃었습니다.
"엄마가 동생하고 잘 거고 아빠는 소파에서 자면 되겠다. 너 혼자 침대 하나에서 자면 되겠네."
아들은 웃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며 피식 웃습니다. 소리 내지 않으며 웃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한참을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이젠 그 모습도 그저 귀엽습니다. 183cm 노랑머리 우리 아들, 큰 덩치와 달리 유치원생 같이 반응하는 아들이지만 귀엽습니다. 예전 같으면 철없다고 마음속으로 비난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들을 정말 밑바닥까지 사랑하는 엄마가 맞았나 반성도 해봅니다.
하루 일정이 끝나고 숙소에서 아빠가 질문합니다.
"00야, 너 줄넘기할 때, 아파트 우리 현관 앞에서 하면 사람들이 웃지 않을까? 왜 거기서 하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생각할 거야. 야, 저기 노랑머리 또 줄넘기하러 왔네라고."
그 말에 아들은 피식 또 한 번 웃었습니다. 예전처럼 기분 나쁘게 대응하지 않고 피식 웃네요. 아빠 말이 맞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또 한 번의 웃음은 기억이 안 납니다. 안타깝네요.
그렇게 세 번을 웃는 아들의 모습에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립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조금씩 마음을 열어준 아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2023년 7월 28일 ~ 7월 29일 부산 여행)
1박 2일을 끝내고 온 오늘, 아들은 오전에 집에 있었습니다. 아침, 점심을 먹고 또 친구를 만나러 나가네요.
"아들 안아보자. 여행 같이 가서 엄마는 너무 즐거웠다. 네가 있어서 너무 좋은 여행이었어. 다음에도 또 같이 갈 거야?"
"응"
아들의 짧은 대답 속에 가족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었음을 느낍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울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지만 아들의 변화는 조금씩 조금씩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아들을 위해 더 노력하고, 더 많이 사랑 주고, 한 번 더 생각해 말하는 엄마가 되기로 다짐합니다. 힘든 일은 파도처럼 또 닥쳐올 겁니다. 잔잔한 물결이든 거센 파도든 받아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봅니다.